서글프고 쓸쓸한 술자리들만 늘어가고
소주 한 잔 할래?
오래도록 술상 앞에 앉아 있는 것을 좋아했다. 이미 취했지만 더 마시지 않더라도 앉아 있고 싶던 자리도 있었고 기분 좋아 취해서 기억나지 않는 이야깃거리가 생긴 다음날이면 취한 그 밤을 아쉬워했다. 그런데 요즘은 좀처럼 그런 자리가 없다. 그 사실이 너무 아쉬워서 그때의 누군가들에게 소주 한 잔 할래?라고 물어보고 싶지만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저 지나간 시간들일뿐이다. 아쉬워해서, 그때와 같지 않을 거라고 서운해하면서 톡을 썼다가 지운다. 이제 나의 술잔이 투명하지 않다는 걸 먼저 알아버렸다. 후회되는 술자리가 늘어갈수록 독배를 마시는 중인 걸 알았어야 했다. 더 이상 투명한 술잔을 들 수 없는 나여서 이제 어쩌면 아쉬운 술자리는 없을지 모르겠다. 서글프고 쓸쓸한 술자리만 늘어가겠지.
나누고픈 이야기가 많아서 마주 앉아 상대를 알아가기 위해서 기울였던 술잔 대신에 켜켜이 일상에서 쌓아둔 찌꺼기만을 뿜어내는 자리가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