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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미 Oct 11. 2020

입꼬리 모양

이별의 주문

  나는 거울에 비친 내 입꼬리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직도 주인장이 그대로라고, 엄마는 그 중국집이 제일 맛있다고 했다. 중국 본토에서 온 사람이 주방장으로 있다고 했고 15년 전에 갔었는데 아직도 있다니 꽤나 장사가 잘 되고 있었나 보다.
내 나이 고작 스물셋이었고 엄마가 트집 잡았다고 여긴 입꼬리 모양이 쳐진 그는 고작 스물여섯이었다. ‘고작’이라는 말에 대해 대체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벌써 15년도 더 된 일이니 지금 나에겐 ‘고작’이라는 말이 적절한 거 같다.

당시 나에게 사실 고작은 나이가 아니라 그 입꼬리 모양이었다.


중력을 거스를 수 있는 건 없다는 걸 지금은 온몸으로 알고 있다. 크지도 않은 키는 자꾸 줄어들고 볼록하게 나오던 배는 더 이상 허리가 구분이 되지 않게 자꾸 지구의 중심을 향해 쳐진다. 가슴은 두 말할 나위가 없고. 근데 입꼬리는 자꾸 왜 그럴까 생각한다.
엄마는 그의 입꼬리가 쳐져 있다며 오래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거울을 보다가 주근깨인 줄 알았지만 귀엽지 않은 크기의 기미를 보다 말고 결국은 입꼬리 모양을 자꾸 본다. 아마 엄마 같은 사람이 상대로 나를 봤다면 만나지 말라고 했을 거다.
중력의 탓으로 돌리고 싶다. 그래 중력 탓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중력이, 지구의 힘이 나에게만 미치는 건 아니잖아.
엄마가 그 말을 하고 나서부터 난 그의 입꼬리가 거슬렸다. 내가 좋으면 됐지라고 했지만 엄마의 말은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귓가에 맴돌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아직까지 그 입꼬리라는 것을 쳐다본다. 엄마여서였을까. 주문이 강렬했던 걸까.

결국 내가 15년 전 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사람들의 입꼬리 모양을 보고 현재 나의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그와의 헤어짐은, 입꼬리는 올라가 있어야 한다는 걸 확인시켜 주었다.


나는 아주 가끔 억지로 볼이 빵빵하게 될 만큼 입꼬리를 올려본다. 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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