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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 미 Jul 03. 2015

가장 어두운 밤의 위로

좌충우돌, 멜랑꼴리, 안달복달한 아마추어의 글, 그림, 사진 그리고 우리

열일곱이 되던 해부터 전 늙은 아이(?)가 되었습니다. 글을 쓰고 싶어 했고 사회문제에 관심이 참 많았지요.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청소년 기사를 쓰기 시작했지만 재능이 없었는지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몇몇 매체에 사진을 실기도 하다가 청소년 만평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홈페이지 만들기에 도전해보기도 하고, 입시, 취업과는 관련 없이 십 대의 마지막을 보냈습니다.

대학에 가서는 음주가무를 양껏 즐겼습니다. 합법적으로 술을 마신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입니다.

iphone 6 / ⓒMANGGU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몰래  월담해 술을 날라 마시다가 선생님한테 들키고 혼났던 기억이 지금은 추억이지만 그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이를 박박 갈게 했었지요. 그리고 결정적으론 제가 참 술을 잘 마신다는 것을 알고나서부턴 술에 대한 두려움 따위도 없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턴 꼭 내 평생 죽기 전에 작가가 되고 말리라는 다짐을 세웠지요. 늦은 졸업이었기에 밥벌이도 해야 했고 집으로부터의 독립도 원했습니다. 그래서 일도 하고 작가 연수원도 다니면서 짧은 이십 대 후반이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삼십 대.


서점에 일하던 때였고 책 제목들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서른 살에 미처 몰랐던 것들' '서른 살엔 뭐라도 되어 있을 줄 알았다.'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서른 엔 행복해지기로 했다.' 등등. 서른은 참 중요한 나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저 마냥 서른이 되길 원했던 어린 시절 기억을 미루어 볼 때 저에게 딱 어울리는 책 제목은 " 서른 살엔 뭐라도 되어 있을 줄  알았다."였습니다. 삐딱하고 뾰로통한 마음에 그 책을 사서 보진 않았습니다.


정말 서른 살엔 뭐라도 되어 있을 줄 알았지만 빠듯한 생활과 꿈을 꾸기엔 늦은 나이는 아니던가 라는 고민, 서른을 파리에서 맞이하고 싶었는데 등등과 같은 십 대때 꿈꾸던 서른과 현실의 서른은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그때 알았지요. 지금의 5포 세대, 심지어 7포 세대의 전형이 될 나이의 소유자라는 것을........

canon G12 / ⓒMANGGU in PARIS / 처음으로 본 에펠탑을 세 번이나 보면서 세 번이나 울었다.

첫 사회생활의 시작이었던 회사를 2년 정도 다니고 때려치웠습니다. 글을 쓰고 싶다는 목표도 있었지만 지금 아니면 떠날 수 없다는 생각에 처음으로 손에 쥐어진 목돈을 가지고 유럽으로 떠났습니다. 퇴직금을 가지고 무작정 길을 나선 거지요. 그래서 십 대 때 꿈꾸었던 것 중 하나인 서른 생일은 파리에서 맞이해야지가 정확히 1년 뒤인 서른한 살을 파리에서 맞이했습니다. 무언가 하나를 이루었다는 성취감을 가지고 돌아온 한국에서 절 기다리고 있던 건 서류전형 탈락, 속절없이 가는 시간, 부은 거라고 착각하기엔 너무나도 무거운 몸, 도저히 삼십 대라고 가늠하기 힘든 피부, 서른 하고도 이 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마이너스인 통장.

iphone 6 / ⓒMANGGU

웃기엔 너무 슬픈 현실을 앞두고 유럽 여행기를 정리하기도 하고(1년이 넘도록 아직 다 하지 못했지만) 새롭게 포스트를 개설해 글을 쓰기도 하고 손 놓고 있던 대본들에 대한 점검도 시작했지만 여전히 내 인생은 미궁입니다.


    어느 날 새벽 2시, 잠이 오질 않아 멍하니 거실 소파에 앉아 있다 시계를 봤습니다. 분명 새벽 2시쯤인데, 벽시계는 오후 8시 30분을 가리키고 있더군요. 배터리가 다 된 거 같아 내려 갈아볼까 했지만 그냥 두곤 한참을 쳐다봤습니다. 분침, 초침, 시침 모두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저 그 벽시계만 다르게 시간을 재고 있는 것처럼........ 내 시간도 그렇게 흘러가는 것 같다는 생각에 누구나 사용하는 시간으로 맞추고 싶지 않았습니다.

iphone 6 / ⓒMANGGU

두서없는 글들만 나뒹구는 포스트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재주는 많고 재능은 별로 없는 제가 무언가를 끊임없이 남기고 기록한다는 점. 그리고 소통이 가능하다면 더 좋겠다는 점.


때론 글을 쓰기고 하고, 캘리그래피를 하기도 할 거며, 책과 영화에 대해, 인생에 대해 끄적이기도 하고, 사진을 남기기도 할 거며 여행기를 써보기도 할 겁니다. 주제는 그냥 혼자 굴러가는 시간을 적어내는 것 정도로 보면 되지 않을까요?


이 곳을 통해 몇 분을 만나 뵈게 될지 모르겠지만 만나서 반갑다는 인사를 나누며 첫 글을  마무리합니다.


지금 전, 가장 어두운 밤 한가운데 있습니다. 곧 해가 뜰지, 이렇게 끝없는 어둠이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이 순간 가장 필요한 것이 위로라면 가감 없이  주고받길 원합니다.


그럼 오늘부터 굿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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