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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 미 Nov 01. 2015

낯선 풍경의 두려움과 낯선 안도감

한인민박에서 묵었던 도시 (1) 피렌체


파리를 시작해 런던으로 오는 동안 나는 딱 3군데의 한인민박에 묵었다. 첫 번째는 동행인 친구 녀석이 아침 밥상에 반해 예약한 피렌체의 한인민박. 두 번째 역시 동행인 친구 녀석이 예약한 로마의 한인민박. 이렇게 녀석의 선택과 다시 홀로 남게 되었을 외로움을 위해 프라하 한인민박을 스스로 잡았다. 

이 외에 30 여일을 게스트 하우스와 호스텔, 현지인 집, 호텔 등에서 묵었다. 한인민박은 긴 유럽여행에서는 한줄기 빛과 같은 곳이기도 하다. 특히 한식을 사랑하는 친구 녀석에게는 꼭 필요한 곳이었고 홀로 30여일 넘게 다닌 나에게 친구가 잠시 머물고 간 자리를 채워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스치듯이라도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피렌체는 더웠다. 한인민박에서 만난 주인장 언니(?)는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숙소 안에서 우리를 맞이했고 이 곳이 한국의 대구라고 생각하면 된다면서 분지구조라 무척 더울 거라고 말해주었다. 친구는 이미 녹초가 된 상태였다. 역에서 버스를 타고 10여분 와야 하는 곳에 위치한 민박이었다. 더위를 식히고 나갈 쯤엔 이 위치가 아주 탁월한 위치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 상황에서만큼은 무거운 짐도 내버리고 싶을 만큼 덥고 습했다.

주인장 언니는 재빠르게 방 안내를 마치고 샤워시설 사용법 등과 숙소 이용에 대한 설명을 군더더기 없이 간략하게 털어놓았고 테이블에 앉자 주변 건물 그림이 간단히 그려진 관광지도로 음식점, 맛집이라는 곳과 주변을 설명했다. 어떤 곳에서도 틈 혹은 흠을 찾아볼 수 없는 설명이었다. 대단히 능숙한. 


숙소를 나와 골목 끝을 보면 두오모 성당의 지붕이 보인다. 그리고 바로 근처에 <냉정과 열정사이> 준세이와 아오이가 마주하던 장면을 찍은 산타시마 안눈치아타 광장이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10년 뒤에 두오모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기 전에 그 광장에서 먼저 서로를 마주하는 장면인데 그들 뒤로 저 멀리 두오모 성당의 지붕이 보이는 장면이다. 대사가 뚜렷하게 기억나진 않는다. 말을 했던가 싶기도 하고.

하지만 느낌, 그 장면 때문에 광장에 가고 싶었고 광장과 숙소가 가깝다는 사실을 알고 새삼스레 숙소가 너무 마음에 들었었다. 

피렌체는 1박의 일정이었다. 빠듯하게 움직여야 했고 저녁에는 주인 언니가 알려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덥지만 하루라는 일정 때문에 이곳저곳을 돌아다녔고 녀석은 더위와의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저녁 식사를 하러 간 곳에서 꽤 많은 한국인을 만났다. 맛집인 걸까? 아니면 누구에게나 편하게 알려줄 수 있는 무난한 곳인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어찌됐건 맛있으면 장땡이지!


녀석 덕분에 피렌체 숙소에서 아침식사로 한식을 먹을 수 있었다. 지나온 여행에서 빵과 커피, 혹은 그들이 먹는 아침을 따라 먹었던 나에게 한인민박이 주는 느낌은 밥에서부터 오는 정이었다. 낯선 도시를 돌아다니는 두려움이 낯선 숙소까지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묘하게 안도감을 주는 상황. 서로 같은 도시에 있지만 다른 길로 도시를 둘러보고 한 데 결국 모이지만 특별한 대화가 없는 모습. 그리고 부스스한 모습으로 마주한 아침 식사에서 수줍게  안녕하세요.라는 유럽에서의 한국말 인사. 


하루를 묵은 피렌체를 떠나 로마로 향했고. 그 곳이 친구 녀석과는 마지막 도시였으며 역시나 한인민박이었다.

한식 마니아인 녀석 덕분에 나는 가져온 컵라면과 햇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이미 파리에서 제리에게 주었던 컵라면도 아깝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나는 밥과 국보다 커피와 빵이 더 먹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했다.

아직까지 나는 낯선 것들이 주는 두려움에 지쳐있지 않았던 것 같다. 더 동화되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씩 들이대어지는 한국적 정서를 밀어낼 만큼. 음식도, 잠자리도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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