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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 미 Jun 28. 2016

매력적이고 그리운 추억

여행을 되돌아보는 일.

Travel is only glamorous is retrospect.
여행은 되돌아보았을 때만 매력적이다. - 폴 서록스


6월이 되고 페이스북은 과거의 추억을 돌아보라고 메시지를 보낸다. 이미 오래전부터 그런 기능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제주에 있는 지금, 그 메시지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그리고 내 눈에 자꾸 밟히는 과거의 추억은 2014년 6월. 유럽여행이다. 아, 이렇게 2년 전 여행을 돌아다보는 일이란 멈춰있던 여행기를 얼른 마무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압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오늘, 2년 전 오늘은 파리와 스트라스부르그의 일정을 마치고 스위스로 넘어가기 전 날이었고, 스위스 루체른에서 오래된 친구 녀석을 만나기 전에 바젤에서 먼저 2 박을 하기 전이었다. 스트라스부르그는 여행 일정에 없었던 곳이었고 파리에서 보르도로 가려던 나를 철도파업이 발을 묶으면서 급히 정해진 곳이었다. 여행이 언제나 계획처럼 되지 않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없었던 나여서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일정이었다. 급히 역 근처 호텔을 잡고 2박을 묶으면서 스트라스부르그를 돌아봤었지. 작은 도시이기에 걷고 걷기에 충분했지만 희한하게도 파리와는 다른 모습들 때문에 결국 있는 돈 털어 수상 유람선을 타고 도시 설명을 듣게 만들었던 곳이다.


대낮부터 와인을 마시고 취하게 만들었던 곳이자 오래전 왕이 피신 왔던 곳. 나 역시 파리의 아쉬움을 달래면서 서울을 잊기 위해서 잠시 마음과 몸을 숨겼던 곳. 그리고 스위스로 가기 위해 거쳐갔던 곳.

여행을 돌아다보는 일이 매력적이면서 그리운 일이기에 더 곱씹어 보게 된다. 매력적이면서 그리운 일이 살면서 얼마나 있을까 싶다. 그런 추억 하나쯤 있는 나의 인생이 갑자기 좀 더 풍성한 느낌을 주니 이번 달, 다음 달까지 페북에서 들춰보라는 나의 과거 유럽여행을 지나칠 수가 없겠다.


페북이 이럴 때만큼은 고맙게 느껴지는구나.


다음 여행지는 스위스였고 오랜 친구를 만났던 시간들이 올라올테지, 그때의 추억을 들춰보라 메시지가 오겠지. 기다려지는 추억이다.


언제 다시 떠날지 모르지만 난 안다.난 곧 또 어디론가 떠날거라는 걸. 떠나면서 설레는 것과 떠나서 홀가분함과 돌아와서 매력적이게 추억하는 그 맛을 이미 나는 알고 있지 않은가.


정말 너무나도 쉬운 말이고 너무 쉽게 하는 말이지만 진실로 떠나본 자만이 아는 그런 것이 있다.

여행을 다녀와서 사람들에게 다녀온 이야기를 할 때 독백처럼, 혼잣말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데는 그런 이유가 있다. 결국 나를 위해 간 것이지 누구에게 떠들기 위해 간 것이 아니고, 상대도 그저 잘 다녀왔나 정도이지 구구절절 다 듣고자 함은 아니였을거다. 곳곳에서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을 향해 여행하는 이들을 끊임없이 쳐다보며 부러워하는 나의 마음과 같을 것이다.


매력적으로 돌아다볼 여행의 추억을 더 많이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보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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