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미씽: 사라진 여자 (MISSING, 2016)
미씽: 사라진 여자 (MISSING, 2016)
미씽: 사라진 여자
감독 이언희
출연 엄지원, 공효진
개봉 2016 한국
여성을 다룬 영화가 참 오랜만이다. 객관적으로 따져 그런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최근 몇년 간 그러했다고 느낀다.
투 톱이 남성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지난 영화계에서 <차이나타운>의 김혜수, 김고은 외에 극장에서 보게 된 여성 투 톱의 영화.
미씽:사라진 여자에 대해서 화차를 언급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나는 그것에 전적으로 반대한다.
물론 여자의 정체가 도저히 알 수 없고 가까운 사람에게 큰 배신감을 안겨준다는 플롯은 여느 측면에서는 비슷할지 모르나
다루고 있는 현실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화차는 기본적으로 일본 소설을 영화화하면서 겪을 수 있는 현실적 배경에 대한 생략 혹은 공간으로서의 활용만 있을 뿐 미씽과는 다르다.
미씽을 보면서 아이의 유괴를 통해 나타나는 불편함이 가장 표면적인 듯 하지만 그 밑은 한국사회 안에서의 이주민문제, 싱글, 워킹맘의 현실, 한국 사회 안에서의 여성의 모습을 극적으로 대비시킨 배경이 사실 가장 불편함을 일으키는 부분이다.
해당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570만원 밖에 없는 의사 부인의 현실
아이의 입원을 위해서라면 몸을 내던질 수 밖에 없는 이주여성의 현실
아직도 산재해 있고 늘 문제로 부각되지만 무엇 하나 또렷하게 개선되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 다시 짚어주고 있는 이 영화는 시종일관 낮은 톤으로 진행하며 여자 배우 중 엄지원(지선)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그녀의 추적으로 드러나지는 공효진(한매)은 그에 비하면 적은 분량의 대사로 어눌한 한국어를 구사하면서 표정, 동작으로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있다.
관객에게 있어 친절한 영화는 아니다.
박현익으로 나오는 장기매매 및 인신매매 범죄자가 뜬금없이 나타나 한매가 목련이라는 이름으로 일했다는 안마시술소까지 데려가 주는 친절을 베푼다. 그리고 걸려온 전화, 보이스피싱으로 경찰이 처리하고, 한강에 떠내려온 인형까지.
무엇하나 연결성이 없어보이고 덩그러니 너희들이 알아서 조립해라라는 식으로 던져주는 시퀀스들은 아쉬우면서도 관객으로 하여금 불편하게 하는 또 하나의 지점이다.
사실 이후 ATM기에서 돈을 찾아가는 박현익을 잠깐 보여줌으로서 공범일 가능성을 내포하는 장면으로 간단히 건너뛰기도 하며
경찰에서 진술하는 장면에서 자신은 공범이 아니고 자신도 그녀(한매)를 찾고 있다고만 한다. 하지만 한매는 이미 살인을 부탁하면서
아이를 줄거라고 한 뒤 그에게 어떤 다른 부탁을 했을지는 또 모르게 불친절하게 전개되는데.....
아마도 누군가는 이렇게 허술하게 스토리를 구성하다니 할 것이다. 그만큼 영화는 불친절하면서 아쉬운 부분이 눈에 띈다.
극은 주인공 지선이 아이를 찾기 위해 추적하는 과정에서 한매의 과거까지도 밝혀내야 하는 막중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 결국은 그러한 과정들을 아쉽게도 생략할 수 밖에 없었을 거라 착한 추측을 해본다. 한 편으론 단순히 생략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곱씹을 만한 거리도 있지 않나 싶다.
사회가 애써 외면한 고통스러운 두 여성의 삶 자체가 영화 전반을 다루는 큰 주제인데 그것을 다룰 수 있는 방법이 '모성애'라는 점이 어떤 측면에서는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두 배우가 전혀 길을 잃지 않고 스스로가 처해 있는 여성의 삶을 단단히 연기 해준 덕에 관객들에게 딱 그 만큼의
현실을 전해주고 있어 참으로 다행이다.
아이의 유괴, 납치라는 단어를 쓸 수 없는 지선은 한매에 대한 믿음 역시 강했다. 그리고 그 현실을 믿을 수 없으니 경찰에게 그 이야기를 할 수 없었던 것, 돈을 요구했고 돈을 보냈다는 것, 남성의 목소리였고 한매에게도 무슨 일이 생겼을 거라는 생각, 그리고 지선만이 이 문제의 끝에 다다를 수 있게 끌고 간 이유는 그 둘이 어떤 부분에선 서로의 공감, 감정의 선이 닿아야 해결될 거라는 점에서다. 삶이 교차되는 지점에서 가져야 할 연대와 공감 그것이 '모성애'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그리로 끌고 갈 수 밖에 없어 무능력한 경찰, 끝내 자신을 믿어 주지 않는 식구들, 한매에 대한 의심과 배신감을 지선에게 전부 안겨야했다.
그리고 한매에게는 왜? 라는 부분을 통해 그녀의 삶 역시 처절한 밑바닥임을 보여줘야 하는 생략할 것을 찾기엔 너무 아프고 무거우며 처절한 이야기이다.
영화의 아쉬운 부분을 두고도 눈을 뗄 수 없던 것은 그녀들의 연기에도 있지만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더디고, 눈에 띄지 않게 아직도 수많은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 사회적 현실, 억압, 차별에 대해
'쉿!'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