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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도 99%, 변하지 않은 진실

[영화] 겟 아웃(Get out, 2017)

by 진미

감독 : 조던 필레

출연 : 다니엘 칼루야(크리스워싱턴), 앨리슨 월리암스(로즈 아미티지) 등






"소름끼친다. 충격적이다."라는 말로만 되어 있는 영화 홍보지는 충분히 궁금하게 만든다. 줄거리라고 적혀 있는 내용도 간단하다. "흑인 남자가 백인 여자친구 집에 초대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끝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오면서 한 문장 안에 모든 내용이 다 들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탁월한 설명.


영화는 흡사 공포물인 것처럼, 스릴러인 것처럼 보여주면서 미국의 인종차별을 깔고 간다. 포스터를 비롯해 곳곳에서 흑과 백으로, 주인공의 절규 모습을 담은 장면 역시 흑백으로 홍보하는 것으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영화 내내 곳곳에 흑인과 백인의 제스처, 말투 등을 격렬하게 구분 짓고 있기 때문에 영화를 풍부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그들의 서로 다른 제스처 몇 가지 정도는 알아두면 재밌을 것이다.


가히 집중력을 요구하는 영화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영화는 외형적으로는 공포물, 스릴러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초지일관 긴장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놀라게 하는 장면도 있고, 으스스하게 형성되는 분위기도 있다. 웃고 있는 등장인물들의 살벌하면서도 차가운 눈빛을 시종일관받아내야 하는 일은 몸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왜? 왜 주인공인 흑인 남자가 그러한 위험에 처하게 되었는가를 좇아야 하는 스토리 전개가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다시 곱씹어 봐야 "아~" 하는 내용들 역시 많아 느슨한 상태로 볼 수가 없었다.

겟아웃.jpg 주인공 크리스가 여자친구 로즈의 집으로 가는 길


미국 사회에서의 인종차별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흑인이 가지고 있는 우월한 부분에 대한 착취를 보여주는 내용이라 정리할 수 있겠다. 스토리상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백인이면 백인, 흑인이면 흑인, 또는 주인공이 흑인이면 대부분 흑인이 나오는 영화가 익숙했다. 액션 블록버스터에서 흑인 남자 주인공이면 어김없이 악당은 백인이었다.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 있다.)


이 영화는 모든 장면이 너무 낯설다.

흑인 남자와 백인 여성의 키스신이 이리도 낯설었던가? 더 검게, 더 하얗게 나오고 대사부터 백인인 로즈의 부모님에게 죽지 않으면 다행일 거야 라고 하는데. 장면도 낯설고 아직도 저런 차별이 있는 건가?

영화는 초반부터 날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나에게 왜 저 장면이 생경한 것인지, 왜 아직도 차별이 있냐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나는 얼마 전 흑인 여성 세 명이 나사(NASA)에서 보란 듯이 차별을 이겨내는 가슴 뜨거운 영화 한 편을 기억하고 있다.

<히든 피겨스> 영화의 배경은 현재가 아니다. 오래전 나사에서 일어났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면서 동시에 지금도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르는 차별에 대해 맞섰던 숨은 주인공들의 모습을 영화화한 것이다.

두 영화가 같은 선상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만 해도 히든 피겨스의 동료들은 흑인들끼리만 어울렸다. 결혼도 흑인 남성과 했고 파티에도 전부 흑인만 등장한다. 흑인에 대한 차별이 심했던 시기이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내내 저 정도였어?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겟 아웃은 아직도 그래? 라는 말을 하게 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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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는 로즈의 부모님 집에 초대받는다

하지만 겟 아웃 이 영화는 크리스의 친구를 제외하고 수상쩍은 두 명의 흑인 외엔 전부 백인만 등장하는 가운데 떡하니 놓여 있다. 크리스는 자신이 흑인이고 로즈는 백인인 것에 대해 부모님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냐며 걱정부터 앞세운다. 하지만 로즈는 그런 분들이 아니라며 결국 크리스를 데리고 집으로 향하는데.


로즈의 집으로 가는 길은 한적하다. 숲이 우거져 있고 갑자기 뛰쳐나온 사슴을 쳐 멈춰 서야 할 만큼 인적이라곤 드물다. 자동차에 치인 사슴 때문에 크리스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 되고 시름에 빠진다. 반대로 로즈는 전혀 반응이 없다. 영화 후반부에 가면 왜 그런지 알 수 있지만 처음엔 그저 차에 치인 사슴을 보는 것이 무서운 여성 쯤으로 이해 되었다. 장면으로 전혀 표현되지 않기 때문에 생각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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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의 부모님은 크리스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사슴을 싫어한다, 다시 오바마를 뽑았을 것이다, 부모님을 떠나내면서 고용했던 흑인 관리인(그 집엔 남자, 여자 한명의 관리인, 가정부가 함께 산다.)들을 내쫓을 수 없었다, 등과 관련해 크리스가 굳이 묻지 않은 많은 이야기를 전달한다. 영화 속에선 크리스의 눈빛으로만 그들에 대한, 이 집에 대한 궁금증을 보여준다.

매년 있었다는 파티가 하필 크리스가 방문한 다음날 열린다. 한적한 그 집에 고급 세단 차량들이 줄지어 들어오는데 전부 백인 중년들이다. 서 넛 정도 되는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는 크리스는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낀다. 다들 흑인에 대한 깊은 관심이 있다는 태도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만난 반가운 흑인 남자 한 명은 제스처도 말투도, 전부 백인처럼 한다.


영화는 시종일관 흑인을 칭찬하는 백인과 그것을 듣기 꺼려하는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하는 듯 하지만 다음을 알 수 없는 스토리로 긴장감을 한층 더 한다. 미국사회는 지금은 흑인과 백인에 대한 차별이 없다고 말하지만 아직 심정적으로 남아 있는 묵은 차별의 감정을 끌어올린다.

어떤 교훈을 남기거나 차별하지 말자라는 슬로건 등으로 무장한 영화가 아니라 우리 안의 감정을 돌이켜 보게 만들면서도 소름끼치게 영리하고 무서운 영화다. 단 한 장면도 허투루 쓴 장면이 없다.


차별이 낳을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것들을 드러내기 위해 어쩌면 호러, 공포라는 장르가 꼭 필요할 수 밖에 없었을 거라는 것에 완전 동의할 수 밖에 없다.

영화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 이라는 작품의 큰 줄거리인 백인 여자친구 집에 간 흑인남자친구를 모티브로 삼아 다들 똑같은 미소를 짓고 있는 이상한 마을에 대한 <스텝포드 와이프> 일부를 착안 한거라고 한다.

두 영화 역시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영화로 이 두 작품이 만나 겟아웃을 탄생시킨 거라고 해도 장면과 스토리, 대사 등에서 겟 아웃은 두 영화를 산뜻하게 넘는 압도적인 영화임이 분명하다.


영화를 보라는 말 외에는 남길 수 있는 말이 별로 없는 영화 겟 아웃.


차별과 욕망이 한 데 뭉쳐진 인간은 세상 두려울 것이 없는 괴물이 된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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