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결혼, 지난했던 과정 중 2018년 어느 초겨울
2018년 11월 9일 일기
행복이란,
그냥 얻어지지 않는 걸 안다.
그렇지만 굳이 행복해져야 겠다고 생각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잘못된 선택이 계속적으로 만들어내는 불행에는 행복은 커녕 현상 유지를 위해 맞서 싸울 수도 없는 것 같다.
그저 나를 숨죽이고 참아야지 본전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인가.
한번 깨진 신뢰를 다시 복구하는 건 신뢰가 깨졌던 사건보다 더 큰 사건이 일어나 서로의 소중함과 잘못됨을 알았을 때 가능하지 않을까. 그것도 타인에 의해서가 아닌 우리 자체 로서..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부부는 완벽한 타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사랑이 필요하다. 사랑이 있기 때문에 다시 살아갈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 사랑을 서로가 같은 방향으로 바라보아야 하는데 나는 내가 원하는 사랑 그리고 결혼생활에 필요한 사랑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무작정 상대를 긍정으로 바라본 점도 없지 않아 있다. 그냥 보통의 사상을 가진 보통남자로 보았으므로..
나 자신을 알았을 때 그리고 상대방을 충분히 이해하고 모자라다고 보이는 부분을 내가 안고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결혼을 했을 때 결혼생활이 좀 덜 힘들 것이다.
2013년7월21일..
임신으로 퉁퉁부은 결혼사진 속 내 모습을 보고 딸아이가 말했다. 엄마 표정이 예쁘진 않은 것 같아. 결혼식 사진을 보며 드는 생각.. 가짜같은 웃음, 엄마의 눈물.. 그리고 지옥같던 신혼여행.. 내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랐던 결혼생활의 시작.. 사진에서는 어떻게 저렇게 웃을 수 있었을까.
만5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때로 돌아가 나의 행동을 시뮬레이션 해보고 상심에 잠기곤 한다. 지금, 사랑의 감정도 정도 없는 상태에서 과연 난 그 당시 연애시절 어떻게 결혼을 생각할 수 있었을까, 나의 판단력이 참으로 하찮았음을 느끼며 내 자신을 소중하게 대하지 않은 점에 대해 후회와 실망으로 가득차있다.
서로의 끝이 과연 어디까지있니 파헤치는 결혼생활. 아이가 들으면 슬프겠지만 그 아이를 위해 힘겨운 시간연장을 하는 것 같은 이 생활.
부부가 한 곳을 바라보며 나아가려는 꿈과 목표는 시부모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으며 그로 인해 남편의 무능력함과 날 괴롭히고 힘들게 했던 것들이 더욱 부각되어 다가온다.
모든걸 포기하고 참고 살면 아이의 안정된 삶을 얻을 수 있겠지만 포기라는 건 어느시점에 한번 툭 하고 내려놓는 그런 시원함이 아니라 하루에도 몇 번씩 내 기준을 버려가며 큰소리를 잠재우고 마찰을 잠재우기 위해 미안하다고 발언해야 하는 자유의지를 상실한 행동임을 느낀다.
아가씨 일땐 사랑한단 말을 듣고 싶었던 여자 였지만 지금은 날 이해하고 그저 지지해 주는 것이 그 어떤 것 보다 필요하다. 날 이끌어 주고 기다려주고 보채지 않는 사람에게 지금과 같은 마음에선 내 모든것도 내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2018.11.1 목요일, 처음으로 나는 누군가를 경찰서에 신고하고 119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에 갔다.
아직도 그 상황을 생각하면 울화통이 터지고 속이 답답하다. 그 후 아무렇지도 않게 농담을 건네고 꽃다발을 준비하는 그런 모습에 소름이 끼칠정도 였고 혹시나 그가 온 에너지를 쏟는 거에 비해 나에게 좋은 피드백을 받지 못했을 경우 나에게 보복을 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밑도 끝도 없는 불안감에 시달려야 했다.
고맙고 미안함은 그때그때 표현해야한다.
멘트는 늘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놓치면 언제 그것이 나한테 화살이 될지 모른다.
나는 그렇게 그냥 살고 있다.
아이를 위해, 아이를 핑계로..
사람사이에 상처는 흉터로 남는다..
벗어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