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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라토닌 Apr 23. 2024

1. 아는 동생의 불편한 부탁

불륜은 이혼의 원인이 아니라 이혼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임을.





퇴근을 하고 좀 쉬려던 차 아는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신혼 때 살았던 아파트 단지에서 아이들 덕분에 인연을 맺게 된 아주 예쁜 동생이었다. 서로 다르지만 결혼생활에 대한 고충이 있다는 점은 비슷했고 그 내용이 오히려 달랐어서 위안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나”


그렇게 원했던 “결혼”을 준비하는 동시에 뼈져리게 내 선택에 대한 후회를 모른척 부정하고 어떻게던 되겠지 하며 지리멸렬한 부부사이를 괜찮은 척 외면하려 애썼던 나.   

 


예쁜 동생“


오랜 연애 기간을 끝내고 결혼까지 골인하였으나 아이를 낳고 보니 남편의 무관심과 방임이 극도로 달해 산후 우울증을 겪은 동생.


그래도 남편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소비에 있어서 만큼은 제한이 없었고 동생도 이런 점 때문에 참아지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만나는 남자마다 자길 다 좋아했고 그래서 제일 돈이 많은 사람하고 결혼했다고 했다. 경제력은 동생이 결혼할 때 가장 먼저 따져봤던 부분이었다.





내가 늘어놓는 남편에 대한 불만에 대해 동생은 자기 남편에겐 없는 부분을 들어 위안을 해주기도 했고 남편이 원하는 걸 그냥 눈감고 들어주고(부부관계) 일주일 편하게 살자며. 단순하게 생각하고 넘기도록 조언을 아까지 않았다. 실제로 그 조언을 받아들이니 편해지는게 있는 것 같기도 했고.




그러던 중 동생에게 둘째가 생겼고 나는 압구정으로 이사를 가고 동생은 원래 살던 고향으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연락이 끊겼다. 그리고 난 몇 년의 이혼 과정을 겪고 있었고..




이 후 서울에 병원을 오는 김에 얼굴 한 번 보자고 연락이 왔다. 회사 앞으로 찾아온 그녀. 여전히 예뻤고 몇 년 만이라 반갑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했다.


나는 상황이 열악해져 있었고(그래도 마음은 편했다.) 동생은 상대적으로 너무 행복해 보였다.  


내가 말했다. “나 이혼했어”


“뭐? 옛날에도 이혼할거라고 말하더니 이언니 진짜 했네? 뱉은 말은 지키는구만?”


“하하하하하, 내가 그런 말을 하고 다녔니?“


“언니, 근데 나 남자 생겼다?”


“뭐?”


“국수집에서 국수 먹다 만났는데 8살 어려. 의사야.”


“헐... 뭐야 너~”


어쩐지 그녀는 얼굴에 생기가 돋았다.


“ 너 둘째낳고 고향 내려가서 남편이랑 잘 지내는 거 아녔어?”


“무슨.. 맨날 일 핑계로 집에도 안들어오고 돈만 주지. 가정에 소홀해서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고, 이제와서 과거에 육아에 무심했던 걸 만회하려는지 날 자꾸 구속하잖아.”






난 그동안 나와 그녀의 부부관계에 있어서의 불화의원인이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그녀도 애초에 첫 단추가 잘못되어 있었던 것 같았다.


미국의 수학자인 존 고트먼이 말했던 것이 생각났다.

불륜은 이혼의 원인이 아니라 이혼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임을.


물론 와이프(남편)을 너무 사랑하면서도 다른 이성 관계를 추구하는 사람들도 몇 봤지만..


사랑이 지나가고 난 뒤 서로 존중(존경)이 없는 관계가 되고 소 닭보듯 하며 간간히 유지하는 기간 중 불륜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기에..


어쨌든 나의 일은 아니기 때문에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일 뿐이었다. 내가 그동안 봐온 동생은 굉장히 예민한 첫째 딸을 어떻게든 사람 만드려고 늘 고군분투 했던 전형적인 엄마였고 아이와 있을 땐 휴대폰도 거의 보지 않는..늘 아이 위주의 삶을 추구하는 모습이었어서 지금의 이런 행보가 놀라웠을 뿐.






20대에는 연애하면 결혼해야하고 결혼하면 애는 두명 이상 낳아야하고 남편과 평생 사랑하고 친구가 되어야 하는 것 외의 일은 상상하지 못했지만 인간사 무슨 일이든 일어나는 것이며 흑백논리로 따지고 비난할 수 없는 일이 더 많이 존재한다는 걸 10년 사이에 느꼈다.





아무튼 전화를 받았더니

“언니, 나 부탁이 있어. 내가 남자가 생겼는데 애아빠한테 걸렸어. 전화오면 좀 받아줘.“


“나한테 왜 전화를 해?”

( 난 너무 떨렸다. 동생과는 8살, 나와는 7살 차이나는 아저씨한테 거짓말을 해야하다니)


난 걸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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