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 하실 일만 남은 그에게 축복을
어쩌다 나의 브런치스토리가 연애의 장이 되었나.
1. 변호사의 비대면 플러팅 시리즈는 얼마 못가 끝날 거란 걸 나도 알고 있었다. 결이란 건 몇 번 만나지 않아도 느껴지는 것이기에 아니다 싶은 건 놓을 줄도 아는 것이
곧 중년의 지혜랄까 ?
그는 우리나라 제일의 대학교에서 박사학위까지 갖춘 어찌보면 흠잡을 것 없는 엘리트였다. 요즘에 변호사가 참 흔하지만 크게는 정치적인 야망까지도 드러내 보였던 그를 바라보는 것이 신기하긴 하였다.
그리고 몇 번 만나진 않았지만 만날때 마다 쪽가위를 가지고 나올 걸..하는 후회가 늘 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눈썹이다"를 외치듯 정돈되지 않은 채 이리저리로 나대는 눈썹을 내가 좀 해결해줘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눈썹을 내가 건드리면 나는 내쳐질 것 같다는 이상한 상상이 들었다. 그의 야망과 정력은 왠지 눈썹에서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변사또 같은 눈썹.. 잊지 못할 것 같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면 나를 알게된다. 나라는 것은 다른 사람들 통해서만 알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관계해야한다. 혼자 있고 싶다는 것은 같이 있고 싶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생각해보니 그 사람과의 연락을 간간히 했던 이유는 나를 시험해 보고 알고 싶었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을 수도 있겠다.
2025년 계엄령이 떨어지던 날..
나는 아이와 함께 슈퍼싱글 침대위에서 가까운 듯 먼듯 한 느낌으로 잠을 청하려던 참이었다. 그때 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계엄령이야!"
순간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은 내 SK하이닉스 주식이었다. 한참 재미 좀 보고 있을 때였는데.. 아 .. 나같은 일개 소시민은 이런 상황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크나큰 교훈을 얻은채 나는 다시 잠을 잤다. 그 사이에 계엄령은 해제 되었지만 윤석렬 대통령이 남겨준 깨달음은 강력했다.
잊을 만하면 플러팅을 해오던 변호사는 사실 계엄령과 무관하지 않은.. 나랏일을 하고 있었다. 이 혼돈의 시국에 그는 야망으로 가득찼고 그 시기에 그간의 기간 중 가장 많은 연락을 하게 되었다.
남을 수사하는 일을 하고 있는 일에 익숙해서인지 내가 어디에 있는지 지금 무엇을 하는지 자주 묻고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였다. 남자친구 행색에 빠진 것 같았다. 본인을 오빠라고 부르라는 그는 전에 없던 자신감을 드러내 보이기도 하였다.
(한 오빠가 가고 다른 오빠가 찾아온걸까..)
가끔 언론에 비춰지는 사람이라 그가 나에게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나로썬 신기했고 나로하여금 뭔가 특권 의식까지 들게 하였다. 나는 무언가를 알고 있지만 함구해야하는 그런 왕의 신하가 된 느낌이랄까?
그가 주도하던 일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가벼운 듯 진지하게 난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이후 우리는 영화를 보기로 하였지만 기동력이 부족했고 호기심이 이어준 우리의 관계는 다시 사그러졌다.
이후 그가 소속된 기관에 이슈가 있었는지 나에게 연락을 해온 그
“제이야, 오빠 이런 일 있었는데 걱정 안했어?”
“아.. 괜찮으세요?”
나는 역시 비위가 그리 좋지만은 않은 여자인가보다.
"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에 이어서 "내가 명예가 없지 가오가 없냐?" 라는 생각을 마침표로 카톡 대화방을 가감없이 지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참 궁금하다.
남자들의 심리가 말이다.
말만 늘어놓는 남자들은 재밌긴 하지만 실속이 없고
말도 안하고 도통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사람은 결국 뒤통수를 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