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멜버른 차일드케어 이야기
글쓴이는 현재 호주의 멜버른에 위치한 한 차일드케어(어린이집 혹은 유치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오늘 당신 아이의 하루는 이러이러했어요,
당신의 하루는 어땠어요?"
삼주 전에 새로 들어온 14개월 아이가 있다.
그 아이는 집에서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데 (다른 여러 요인도 물론 존재하지만 언어장벽도 큰 요소 중 하나이다.) 그래서인지 풀타임으로(주 5 일반) 우리와 삼주를 지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완벽하게 적응을 못하고 있다. 대게 새로운 아이가 오리엔테이션을 끝내고 완벽하게 적응하기까지 적어도 6주 정도는 걸린다.
삼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아이의 적응을 위한 (부모로부터의) 정확하고 명확하게 전달된 정보들이 없기 때문에 이 아이가 새로 시작하고 난 뒤 나의 날들은 약간 힘에 버거웠다.
대부분 오리엔테이션은 부모 둘 중 육아에 더 많은 시간/노력을 투자하는 사람(1st guardian) 와서 하는데, (혹은 부모 둘이 함께 참여) 이 아이의 오리엔테이션은 2nd인 아이의 아버지만 참여했다. 그 결과 아이, 부모, 교사 셋 다 고생하는 지금의 시나리오가 발생.
아이는 이가 8개가 나있고 아직 이앓이를 하는 중이라 침을 질질 흘리면서 자신의 손가락을 입에 집어넣고 하루종일 울어댄다. 하지만 아이의 엄마는 이앓이 약을 사용하기를 꺼려했고 결국 센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약을 가지고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집에서 아이의 식시시간에는 아이패드를 하이체어에 올려두고 엄마가 잘게 으깬 음식을 숟가락으로 떠먹인다. 다른 아이들보다 잠을 늦게 자서인지 아침에도 늦게 일어난다. 부모가 일을 나가는 시간이 좀 늦다보니 아이를 유치원에 데리고 오는 시간이 들쑥날쑥하다.
아이의 적응을 위해 한가지의 요소가 아닌 정말 다채로운 요소들이 개선될 필요가 있었지만 문제는 부모와의 의사소통 문제였다.
등원
글쓴이: 조금만 더 일찍 아이를 데려오실 수 있으세요? (11-12시 사이에 아이를 데려옴) 적어도 9시부터는 우리가 따르는 루틴(일과)이 있는데 11시가 넘어가면 바빠지거든요. 아이가 저희와 관계를 쌓고 신뢰를 형성하는데에는 루틴도 큰 작용을 해요.
부모: 네, 알아요, 그렇게 할게요. 그런데 우리 부부가 일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어떨 때에는 좀 힘이 듭니다.
식사1
글쓴이: 아이가 센터 음식이 새로워서 그런지 아무것도 먹질 않아요, 혹시 집에서 아이가 먹는 음식을 작은 통에 넣어서 가져와 주실수 있으세요? 아이가 적응할 때까지만요.
부모: 네, 그렇게 하죠. 그런데 저는 맨날 이렇게 음식을 싸오고 싶지 않은데요. 아이가 센터 음식을 먹었으면 해요.
식사2
글쓴이: 아이가 오늘 아무 음식도 먹지 않았어요, 저희가 음식을 먹여주려하면 고개를 피하고 울기만 해서 어쩔 수 없었네요.
부모: 제가 바나나를 주라고 하지 않았나요? 바나나는 시도해봤어요?
글쓴이: 네, 시도해봤어요. 그런데 손으로 주무르면서 놀기는 하는데 입으로는 넣지 않더라고요.
부모: 당연히 안먹죠, 먹여줘야돼요. 으깨서 숟가락으로.
글쓴이: (먹여주려하면 고개를 피한다고 아까 말씀 드린 것 같은데..)
식사3
글쓴이: 오늘 아이가 아무것도 먹질 않아서 집에서 가져오신 비스켓을 시도해봤는데 먹더라고요! 너무 다행이죠, 네개나 먹었어요!!(아이가 무언가를 먹었다는 사실에 너무 감동해서 들뜬 마음에 사실을 전달함)
부모: 그 비스켓은 밥을 먹지 않았을 때만 줘야되는 거에요, 너무 많이는 안돼요.
글쓴이: (그런 말씀 없으셨잖아요..) 너무 많이가 아니라면 몇 개가 최대인데요?
부모: 두개요.
이 에피소드들을 제외하고도 여러가지가 많이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이 부모에게서 "왜 이렇게 방어적이지?"하는 느낌을 받았다. 아이를 위해 더 많이 알아가기 위하고 더 많은 것을 제공하려고 노력했지만 고맙다는 말 대신 약간의 적대적인 태도가 날아오니 당황스러웠다.
호주 유치원들이 국가로부터 평가를 받는 기준이 되는 NQS(National Quality Standdard) 6번에 의거하면 우리 교사들은 학부모와 커뮤니티 간의 파트너십을 위해 협력적으로 일해야 한다.
하지만 나와 이 가족은 아직 파트너십을 쌓을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서로간의 신뢰도 없다. 답답하다고만 생각했다.
부모와 우리 교사 간의 언어 장벽, 아직 상호 간에 완벽하게 쌓이지 못한 신뢰, 문화 차이, 부모 서로 간의 소통 부족의 문제 등등 너무나도 많은 문제로 인해 골치를 앓고 있던 이 몇 주간, 그래도 이 안에서 배운 점이 하나 있었다.
"부모를 아이의 부모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한 발자국 물러나 그들을 한 인격체로 바라보기"였다.
나의 상사 중의 한 명인 센터 원장과 이 새로운 아이와 부모에게서 받는 스트레스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중, 그녀는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Did you also ask her how her day was?(그 아이의 엄마의 하루가 어땠는지에 대해서도 물어봤어?)"
핫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그 말만으로도 거창한 협력이라는 게, 관계라는 게,
부모 당신의 하루가 어땠는지를 물어보고 대화를 이어가면서, 그 사람을 소중한 한 개체로 인정하면서 시작될 수 있다는 것.
힘든만큼 내가 직접 부딪히며 배운 것이므로 내 머리 저장고속에 오래 기억될 것 같다.
모두의 애나
호주, 멜버른에서 차일드케어 에듀케이터로 일하며 먹고살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mandooanna
www.instagram.com/mandooa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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