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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호주 이민 정착기
대화, 그리고 잠깐의 침묵
by
모두의애나
Jan 27. 2020
대학교 때 좋아하던 오빠가 있었다.
하루는 오빠와 같이 밥을 먹기로 했는데 나는 그 전날부터 오빠와 무슨 얘기를 할지 머릿속을 꽉꽉 채워 넣고 만만의 준비를 하고 나갔다.
드디어 같이 밥을 먹는 시간.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아니 준비했던 것과는 다르게 밥을 먹는 도중 잠깐잠깐 대화가 끊겼고 몇 초씩의 적막이 흘렀다. 잠시의 적막이었겠지만 나는 그 순간이 너무 어색해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그 적막을 깨고자 나는 이렇게 말을 꺼냈다.
"아 어색하네요, 뭔 말을 해야 되나..."
그랬더니 오빠가 이렇게 답했다.
"할 말이 없으면 잠깐 안 하면 되지, 뭘 고민하노."
뭔가에 머리를 팅 하고 맞은듯했다.
'아.. 할 말이 없으면 잠시 안 하면 되는구나...'
둘 사이의 침묵까지 편하고 자연스러워야 건강하고 진정스러운 관계라는 걸 지금은 깨달았다. (대학교 때 나는 그 오빠에게 잘 보이기만을 위해 대화의 흐름에 전전긍긍했었고..)
가끔 지금 남편이 될 사람과의 대화를 하다가 다음 대화 간의 적막이 흐를 때면 대학교 때 그 추억의 오빠를 회상한다.
'오빠! 저 이제 적막도 편안한 남자를 만나서 결혼합니다. 잘 지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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