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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의애나 Aug 22. 2022

양날의 검, 호주 레퍼런스(추천서)의 힘

웬만하면 또라이는 처음부터 거르는 힘을 기르자!

하루하루가 다르게 재밌고 자아를 실현할 수 있으며 현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더욱 높게 성장할 발판을 제공해주는 현직장에 다닌 지 1년 하고도 4개월.


이런 꿈같은 직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신기하고 복 받았구나 싶다.


더 신기한 사실은 1년 4개월 전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내가 이 일을 실제로 시작할 수 있었었던 배경이 굉장히 놀랍다는 것이다. 정말 놀랍다.


내 살면서 레퍼런스(추천서)의 힘을 이토록 느껴본 적이 있던가?


1년 4개월 전으로 돌아가, 때는 현재 직장의 세 시간의 인터뷰를 마치고 레퍼런스첵(reference check-추천인 조사)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 이 회사의 성격상 마음에 드는 지원자는 속전속결로 채용하는 것 같은데 이 레퍼런스첵이 꽤나 오래 걸리는 것이다.


하루, 이틀, 삼일이 지나고 나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뭐지... 뭐가 잘못된 건가? 연봉이 생각했던 것보다 작다고 해서 마음에 안 들었나?'


결국 사흘 후에 연락이 왔고 나는 채용되었다.  채용 통보를 받고 곧바로 이어진 전 동료이자 현 동료인 나를 추천한 그녀가 연락이 왔다.


"애나, 오해하지 말고 들어. 근데 네가 알고 있어야 될 것 같아서 말해주는 거야. 사장이 나한테 와서 물어봤어. 네가 애들한테 괴팍하고 칼퇴에 목메는 애냐고..."


'뭐시라???'


전후 상황을 알고 보니 현 사장이 관례대로 내가 제공한 나의 전 직장 매니저들에게 연락을 걸어서 내가 어떠한 근로자였는지 물어봤는데 가장 최근에 일한 유치원의 부매니저가 나에 대해 아주 개차반인 평판을 내놓은 것이다.


"애나 걔는 애들을 거칠게 대하고 맨날 정시에 퇴근하고 싶어 해."


내가 그만둘 때 레퍼런스 필요하면 얼마든지 주저하지 말고 연락하라며 꽃웃음을 날리던 그녀(년)가 아주 제대로 시원하게 뒤통수를 친 것이다.


"애나 걔는 애들을 거칠게 대하고 사실이 아니며!

맨날 정시에 퇴근하고 싶어 해. 근로자의 권리 아닌가요? 항상 로스터 잘못 짜서 오버타임으로 일하게 했던 건 당신인데요?"


현재 사장님은 자신이 인터뷰를 하며 나에게 받았던 이미지, 내 첫 직장의 긍정적인 레퍼런스, 이 똥 같은 레퍼런스가 너무나도 상이했기에 이를 머릿속에서 합당하게 처리하는데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사장님은 나를 추천한 동료에게 사실대로 내가 받은 추천서에 대해 얘기했고 이것이 사실인지에 대한 진위를 물었다.


동료는 전후 상황을 설명하며 나는 그런 애가 아니며 전 유치원이 얼마나 체계적이지 못하며 혼란의 도가니였는지 덧붙였고 사장님은 자신이 받은 느낌이 틀리지 않았음에 안도하며 나를 채용한 것이다.


현재 나는 애들한테 괴팍하고 정시에 퇴근하고 싶어 하는 또라이가 아니라 가끔은 너무 일찍 출근해서 제지를 당하며 아이들을 너무 아끼고 더 나아지게 위해 부단하게 노력하는 그런 교사이다.


내 인생 제일 잘한 일 중 하나를 꼽으라면 그 지옥 같은 유치원을 탈출했다는 것!


*처음부터 뭔가 느낌이 쎄한 사람/직장이 있다면 나아지겠지하며 기다리는 편이 아니라 빨리 옮기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모두의 애나



호주, 멜버른에서 일하며 먹고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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