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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지키는 일이 늘 옳은 선택은 아니다. 우리는 대개 지킴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먼저 계산한다. 관계를 유지했을 때의 안정감, 함께하는 시간, 서로에게 기대는 감정의 온기 같은 것들. 그러나 한 번쯤은 반대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잃음으로써 얻게 되는 것들은 무엇인지.
어떤 사랑을 끝까지 붙드는 일이 나에게 무엇을 남기는지보다, 그 사랑을 내려놓았을 때 내가 되찾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일. 그것은 결코 사랑을 가볍게 여기자는 말이 아니다. 다만 나 자신을 잃어가면서까지 지속되는 관계라면 그 선택이 과연 나를 지키는 일인지 돌아보자는 뜻이다.
사랑을 지키면 우리는 함께 걷는 시간과 관계 속의 기쁨을 얻는다. 그러나 사랑을 잃으면 뜻밖에도 다른 것들이 따라온다. 나를 돌볼 시간, 가족과 친구를 더 깊이 챙길 여유, 흩어졌던 감정의 에너지를 다시 모을 기회. 감정의 소모를 멈추고 나 자신을 가꾸는 일. 어쩌면 장기적으로는 잃는 쪽이 나를 지키는 일이 되기도 한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사랑은 나를 지키는 일과 사랑하는 일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나의 성장과 관계의 성장이 같은 속도로, 같은 온도로 이어지는 사랑. 그럴 수 있다면 무엇을 따질 필요도 없다. 그것이 최선의 형태일 테니까.
그러나 어느 순간 사랑이 나를 갉아먹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때만큼은 잠시 멈추어야 한다. 지금 지키려는 것이 정말 나를 지키는 일인지, 아니면 잃지 못해 붙들고 있는 집착은 아닌지. 나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어쩌면 사랑 그 자체가 아니라 나의 시간과 존엄, 그리고 스스로를 향한 책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정말 중요한 것이 있다. 사랑이 나를 갉아먹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나를 갉아먹고 있는 것인지 구분해 내는 일이다. 이건 정말 중요하다. 어쩌면 모든 판단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내가 스스로를 지나치게 몰아붙이고 스스로를 소모하고 있으면서도 그 원인을 사랑 탓으로 돌리는 순간이 있다. 그런데 그 오해를 내가 확신으로 단정해버리고 결국 사랑을 잃는 쪽을 선택해버리면 어떻게 될까. 따지고 계산하고 고민했던 모든 과정이 무의미해진다. 사랑도 잃고 여전히 나도 잃고 있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상황이 올 수 있다. 누구나 힘든 시기를 겪는다. 나는 그 선택을 두고 옳고 그름을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애초에 사람이 하는 선택에 옳고 그름을 나누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주체는 나이고, 그 뒤에 따라오는 후회와 자책도 결국 내 몫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선택이 아니라, 그 이후에 내가 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다시 일어서려 하는가다. 그 또한 내 몫이다. 그래서 더 단단해질 필요가 있다.
나는 철학자도, 코치도 아니다. 이런 상황이 오면 이렇게 해야 한다고, 정답을 제시할 수는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말할 수 있다. 그런 위험한 오해의 상황에 빠지지 않기 위해 미리 준비해둘 수 있는 태도가 있다는 것.
그 태도는 거창하지 않다. 아주 사소한 질문 하나에서 시작된다. 사랑이 나를 흔들기 전에, 내가 먼저 나를 붙드는 질문. 그 이야기를 이제, 다음으로 이어가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