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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설공주 May 25. 2021

금덩이?

쉬잇, 조심

Did it make you satisfied or hungry for more?

웨스트 코스트에서 날아온 소식이다. 크레이그 더글라스라는 남자가 177g  금덩이를 발견했다고 한다. 지난 45년 동안 개인에게서 발견된 것으로는 가장 큰 것이라고 한다. 인터뷰 내내 싱글벙글이었다.

수업 중에 그 방송을 보고 듣고 단어를 찾아내고 문장을 해석하고 다시 그걸 비틀어서 과거 완료와 과거 진행, 단순 과거로 바꾼다고 내내 씨름을 했다.. 말을 할 때마다 I sort of... 를 해대고, 입안에서 웅얼웅얼하는 말을 알아듣기가 그야말로 '미션 임파서블'이었다. 필리스 선생이 말하기를 웨스트 코스트가 고립된 지역이고, 그렇기에 다글러스 씨의 영어는 오리지널 키위 악센트라고 한다. 그러하니 속으로 은근 항복을 할 수밖에 뭘 더하랴.


한참을 씨름 끝에 이해된 내용들을 보자면, 더글러스 씨는 10년 전에 금속탐지기를 샀다. 주말에는 그쪽 동네를 뒤지고 다녔다고 한다. 강의 지류가 있는 작은 숲 속에서 탐지기가 반응을 보이길래 헤집어 보았더니 고 이쁜 녀석이 있더라고 했다. 처음에는 눈앞에서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고 말이 안 나오더라고 했다. 긴가 민가 하는 마음도 있었으리라. 엄마한테 전화했다. 마을의 금은방에 가져가서 내밀었더니 금은방 주인도 놀라더라고. 2만 불 정도의 가치가 있다 하니 구매자를 기다린다. 장소는 비밀이라서 당분간 금사냥은 안 다닐 계획이다... 등등


학생들은 한국인, 중국인  대만인, 콜롬비안, 일본인이고 선생님은 키위 이렇게 모인  여섯 개국 사람들이 금덩이라는 소재의 특수성 덕에 분위기가 후끈했다. 한참을 웅성거리고 신기해하면서도

키위 선생님의 반응에 폭소가 나왔다.

그가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는 점이 맘에 든다, 아무래도 그가 맘마 보이인 것 같다. 독립적인 내 아들은 그렇게 안 할 것 같다, 고.


학생들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싶었을 즈음에 새 과제가 나왔다. 우리들 스스로가 인터뷰어라 생각하고 다섯 개의 질문을 만들라고 했다. 뉴스를 듣고 보고 이해하니라고 씨름을 했는데 이제는 더 큰 파도가 덮쳤다.


18명의 학생들의 질문이란 것이 도토리 키재기였다. 기중에도 그 돈을 어떻게 할 것인가, 엄마에게도 돈 좀 줄 거냐... 등등


와중에도 나는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렸다. 10년을 투자했는데 2만 불이면 1년에 2천 불이고 월로 계산하면 166.7 달러였다. 내시급 20불로 계산하면 연 100시간, 월 8시간 반, 주당 2시간 임금이었다. 계산을 하다 보니 김이 빠졌다. 입이 귀에서 귀에 걸린 싱글벙글 씨가 대충 잡아서라도 한 달을 단위로 과연 몇 시간이나 부었을까 하는 질문이 나왔고, 당분간은 쉬겠다고 하는데 탐지기를 들지 않고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처음에는 무슨 맘으로 탐지기를 샀을까, 금덩이를 발견 후 그의 일상이 평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혹 앞으로는 더 많은 시간을 혼자서 으슥한 산골짝을 뒤지고 있을지나 않을까. 이런 질문지를 만들었는데 좋은 질문이라는 선생님의 격려에 질문이 하나 더 만들어졌다.


그 금덩이가 당신을 만족하게 했나 아니면 더 배고프게 했냐고, 그가 뭐라고 대답을 할는지 몰라도 유추가 어렵지 않다. 인간의 탐욕은 만족을 모르 짐승이 아니던가.


모든 중독은 시작은 맨 처음의 그 맛과 기분을 못 잊고 계속 찾을 때 중독으로 들어선다고 한다. 사냥꾼이 첫발의 명중을, 낚시꾼이 월척의 손맛을, 카수가 관중의 환호를, 노름꾼이 어쩌다 걸린 싹쓸이를... 그런 생각을 하노라니 그 싱글벙글 씨가 쪼까 불쌍하고 안된 마음조차 들었다. 그러하니 두어 가지 충고를 해야 할 것 같다. 그가 들을 일은 없겠지만 내가 하겠다는데 누가 말려.


먼저 금덩이는 빨리 팔아라. 집에 놔뒀다가는 사고 나기 십상이다. 다음, 탐지기는 트레이드 미에 팔아라. 온갖 스토리를 다 담은 뒤에 "내가 가졌던 즐거움과 믿어지지 않는 행운을 다른 이에게도 주고 싶다"는 등의 근사한 카피를 넣어서. 금덩이만 하지는 않을지라도 괜찮은 금액을 받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10년 정도는 다른 일에 투자를 해라. 금덩이 판 돈으로. 10년이 지난 다음에 크레이그 자신에게도 다른 이에게도 금덩이가 다 잊혔을 즈음에도 하고 싶으면 그때 또 시작해도 나쁘지 않을 것 아닌가.


Was the gold nugget made you satisfied or more hungry?


제목과 끝의 문장은 내용이 동일해 보이지만 능동과 수동의  차이가 있다. 여러 번 고치다 보니까 헷갈린다. 어느 쪽이 내가 썼고, 어느 쪽이 쌤이 고쳐준 말인지. 쌤에게서 좋은 질문이라고  격려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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