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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설공주 May 25. 2021

계란 프라이 성공하다 with de buyer

코팅 팬을 싫어한다.

그럼에도 세 개나 있다. 음식 냄새가 배이는 것이 피하려고 각자 생선구이와 부침개, 계란 프라이 정도로 구분한다. 차선으로, 편리하다는 한 가지 외에는 점수를 줄 수가 없. 온도는 말할 것도 없고 북북 문질러 가며 씻을 수가 없다. 어느 한구석에는 기름때가 쌓이곤 한다.


들은 말도 있고, 세척도 그렇고, 온도를 위해서라도 스테인리스 팬과 무쇠 팬도 갖추고 있다. 남들은 그것들로 계란 프라이를 한다는데 나는 여지껏 제대로 되질 않았다. 나는 제각각 두 개씩이나 있음에도 그림의 떡인가 싶을 정도이다.


인터넷에서 시키는 대로 했는데도  아니올씨다였고 요즘에는 유튜브에서 하라는 대로 해봤음에도 여전했다.

따라쟁이 내 기질에 번번이 실패를 한다는 것이 여간 성가시질 않았다. 남들이 올리는 성공담이, 왜 나만...? 하는 속상함 또는 억울함에다 속았나 하는 마음이 들곤 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놀고 있는 무쇠 팬이 아깝다 하는 마음에다 패배의 기억이  한 자락 깔고 있었다.


오늘 유튜브를 돌리려는데 여전히 계란 프라이 꼭지가 자꾸 맘을 찔러댔다. 문득 오늘은 집증 탐구를 해보자 하는 맘이 들었다. 서너 꼭지를 거치면서 기중 그럴싸한 녀석을 그대로 따라 했다.


드 부이예는 크기가 맘에 들었다. 계란 한 개 구이로 맞춤함에도 몇 번의 시도 끝에 조기 은퇴를 당했는데 다시 꺼냈다.

처음 1분은 기름 없이 센 불에 팬을 달군 다음,  불을 끄고 30초 기다린다. 이번에는 중불에 기름을 넉넉히 둘러서 충분히 열이 전달되었으면 약불로 낮춘 다음에 계란을 넣는다. 조금 있다 뒤집는다. 그대로 따라 했다. 가스버너를 사용하던 유튜버는 시간을 재고 온도도 보여주고 했지만, 전기 버너 우리 부엌에서는 스위치를 올렸다 내렸다 했다.


성공이다!

식구들을 다 불러서 보여줬다. 잘 보라며 한 개를 더 구웠다.


"어... 괜찮네..."  큰애가 한마디 했지만 다들 시큰둥 비슷한 표정이다. 작은애는 되려 보탠다.


"엄마 저는 첨부터 끝까지 센 불인데요"

"그래서... 안 붙고 잘 떨어지데?"

"당근이죠"

...

허긴 어느 유튜버는 그 방법을 쓰긴 했다.


사소하긴 해도 내게는 오래고 해묵은 숙제가 해결되니까 새 투지가 생긴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고, 가다가 아니 갈지언정 기냥 주저앉을 수는 없는 법이 아니든가. 다른 난제가 무엇이던고... 배울 것은 많고 갈길은 멀다.
때깔 좋게 구워진 계란 두 개는 내일 아침에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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