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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설공주 May 04. 2022

대통령의 말

질문과 대답

정치인의 말

문재인 대통령과 손석희 아나운서의 대담이 있었다. 역대 대통령들의 퇴임 대담을 본 적이 없어서 비교할 방법은 없지만, 참 신선했다. 임기를 며칠 남긴, 이후 공직과 선거에 나올 일이 없을 한 자연인의, 평생의 신념과 확신의 발언 덕분이다. 자의로든 타의로든 정치권과 공직에 발을 내디딘 이후 지지자들과 다른 쪽을 의식한 외교적 발언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지 않았을까.


내가 기억하는 역대 대통령의 임기 말이란, 거의 쫓겨나다시피 했거나 피의자로 수사를 앞두고 있었거나, 참모들과 친인척들의 부정부패와 배신, 자기변명과 기만에 가득 찼던 언설들로 도배를 하는 시기였다. 그런 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퇴임 대통령으로서 새 장를 열었다고나 할까, 소신과 신념이 공허하지 않았다.  


그가 부산의 변호사였던 시절의 한 의뢰인과 얘기한 적이 있다. '그때는 왜 그 생각을 못했나 몰라' 하며  찍은 사진이 한 장이 없다며 아쉬워 헸다. 처음에는 너무 미남이라서 놀랐고, 서부 경남 특유의 사투리가 정겨웠고, 나중에는 내 변호사가 맞어 싶을 정도로 냉정 또는 깔끔한 중간자 입장을 보여서 놀랐다고 했다. 의뢰인에게 작전도 가르쳐주고 도와도 주었지만 피해자의 감정만 갖고는 일할 수 없다며 정신도 차리게 해 주었다는 소회였다.

가장 놀랐던 것은 의뢰인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모든 호칭을 '우리'라고 불러줘서 놀랍고 고마웠다고 했다. 다른 변호사라고 무엇 다를까만, 한배를 탄 동행자라는 느낌을 주었다며 그것이 교육과 습관에 의한 것이었기지만 그 한마디가 그리도 든든하더라고.


그에 비하면 손석희 아나에게는 이제부터 작은 기대라도 접기로 했다. 퇴임 대통령과 이틀, 단독 대담을 하면서도 질문의 수준이 낮았다. 이제껏 언론과 방송 관계자들에게서 들어왔던 재탕이었다.

기중에도 인터뷰어가 인터뷰이에게 궁금한 것 물어달라는 것에 깜놀했다. 그것도 고귀한 노회찬 의원까지 소환해 가면서, 뭐 나 이런 사람이야 라고 뚯이었까. 그것도 대통령과의 단독 대담에서. 대통령은 어이가 없었든지, 아예 관심이라고는 일도 없었든지 한참을 생각하는 표정이었을 뿐이었다. 그 또한 대통령의 품격이었다. 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든 놓고 무시하지도 않았고, 그처럼 경우 없는 요청에  응답하지 않음으로 상대한 것을 보면.


재직기간 5년은 말할 것도 없지만, 정치권에 발을 디딘 이후부터 메이저 언론 재벌들, 방송들과 그에 기생하고 부화뇌동한 집단들로부터 중상과 모략, 음해... .  그로서는 기자, 신문, 방송 등이라고 불리는, 그 일로 자신의 배를 불리는 사람들과는 어떤 관계도 맺고 싶지 않을 것이지만.


문대통령 자신은 잊혀지고 싶다지만 그 문제는 좀 어려울 것 같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3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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