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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길 Apr 23. 2021

구독자님들께 알려드립니다 (출간 관련 공지)


안녕하세요!

현재 브런치에서 [미국에서 우리는 망했다]라는 제목으로 연재 중인 Mel이에요.


이번에 제가 <텍스트칼로리>와 함께 브런치에서 연재하던 글을 모아 단행본을 출간하게 되었어요.

자기 성찰 의미로 적어 내려가던 글이었는데 이런 좋은 기회를 얻게 되어 아직도 얼떨떨해요.


올해로 저희 가족이 한국에 들어온 지도 3년이 지나가고 있어요.

아무리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지만 7년 만에 돌아온 한국은 낯설었어요.

발전한 동네, 미세먼지, 스마트폰이 없으면 일상의 작은 업무도 처리할 수 없는 세상이 제게는 또 다른 외국으로 비쳤어요. 그래도 이런 부분은 배우고 적응하면 될 일이었기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답니다.

제가 심적으로 힘들었던 건 제 주변 사람들의 변화였어요.


그 자리에 머무르며, 견디고 버텨낸 친구들은 모두 한 분야에서 자리 잡고 인정받는 위치에 있었어요.

반면 저는 나이만 먹었지, 이제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할 위치에 서 있었어요.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제 나이 때면 당연히 이뤄놓아야 할 것들을 저는 단 하나도 이루지 못했더라고요.

한때는 같은 선상에 나란히 서 있던 친구들이 어느새 전부 제가 올려다봐야 하는 곳에 있었어요.

나는 아직도 땅 위를 벗어나지 못했는데... 이점이 저를 오랫동안 괴롭혔어요.


그냥 제 자신이 참 한심했어요.


그래도 현재 제가 서 있는 위치에서, 제 수준에서 열심히 살면 살아지겠거니 싶어서 한국에 오자마자 성실하게 살았어요.

뒤늦게 취업 준비해서 악명 높은 취업 전쟁에도 뛰어들어 봤고, 회사에서 근로계약서도 써보고 (미국에서는 근로계약서라는 걸 써본 적이 없었네요. 하하), 지옥철도 타보고, 수당 없는 야근도 6개월 내내 해봤어요. 나름 연봉도 올려서 좀 더 나은 회사로 이직하는 등 남들보다는 한참 늦었어도 열심히 살았네요.


대한민국에서, 한 명의 국민으로서 이제야 정착하고 살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러다가 코로나가 빵! 터져서 올해 실업자가 되었고 현재 진행 중이에요. 하하하

간혹 댓글로 제 근황을 물어봐 주시는 감사한 분들이 계셔서 이 글을 통해 알려드린답니다.

저 지금 백수예요 :) ㅋㅋㅋㅋ 강아지 두 마리랑 말동무하면서 지내고 있네요ㅠㅠㅋㅋ


정말 가까운, 최소한의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친인척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가 아직도 미국에 있다고 알고 있어요. 그런 제가 벌써 한국에 온 지 3년이 되었고 백수로 산다는 걸 알면 깜짝 놀라겠죠? ㅋㅋㅋ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받았을 때 또다시 인생이 툭- 하고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느낌이었어요.

무슨 인생이 망한 주식처럼 떨어지기만 하는지 머리가 복잡하더라고요.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저는 비관행 고속 열차에 올라타게 되었답니다.


처음에는 미국행을 선택했던 20대의 제 자신을 호되게 꾸짖었어요. 어느 날은 좋은 집에서 좋은 부모님의 아낌없는 지원을 받으며 순탄하게 살아온 대가를 10년이라는 시간에 걸쳐서 치르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하늘이 행복하게만 사는 제가 얄미워서 벌을 내린 것만 같았죠. 후회, 분노, 원망, 우울, 자책이 시시각각 찾아와서 울기도 많이 울고 날밤도 많이 지새워 봤네요.


특히나 더 마음이 아팠던 건 세상은 '성공'만 기억한다는 사실이었어요.

자본주의 역사가 길어질수록 인간 본래의 가치는 추락하니까요.

제가 만약 미국에서 성공했다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으로 세상에 기억되겠죠.

하지만 실패한 삶은 그 삶을 경험했던 사람에게 상처만 남길뿐 흔적 없이 사라져요.

실패한 삶에도 이야기는 있는 법인데 아름다운 결을 맺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워지는 게 슬펐어요.

열심히 살지 않아서 실패한 게 아닌데. 성공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우리 가족이 이 세상에서 살다 간 흔적이 남지 않는 게 허망하고 안타깝더라고요.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답니다. 제가 뭐 누군가에게 귀감이 될만한 사람은 아니지만, 모든 삶은 성공 여부를 떠나서 소중하고 기억될만한 가치가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제 스스로에게도 위로의 말을 해주고 싶었어요. 세상은 저를 실패자로 보고 징징대지 말라고 화를 내지만 누군가는 이렇게 말해주길 바랐거든요.


"너 참 고생 많았네. 수고했어."


이 말을 아무도 해주지 않아서 저라도 제 자신과 제 가족에게 해주고 싶었어요.

온실 속에서 나약하게 자란 제가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배우고, 결국에는 세상과 타협했던 여정을 칭찬하지는 못해도 열심히 했다고 인정해 줄 수는 있으니까요.  


이렇게 사소한 이유로 시작한 글인데 90분의 구독자님들께서 읽어주시고 제게 출간 기회가 주어지니 정말 감사해요.

재미있는 콘텐츠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귀한 시간을 쪼개서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 덕에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구독하기] 버튼과 좋아요 ♡를 누르고, 댓글을 남기는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일일 수 있지만 제게는 굉장히 큰 의미였답니다.

구독자님들은 그동안 사회에서 보이지 않 저를 찾아서 애정을 주셨어요. 저는 그 애정 덕에 나도 가치 있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그 생각으로 글을 이어가서 출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네요.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제 당분간은 브런치에 연재는 하지 못할 것 같아요.

대신에 투박한 글을 다듬고 내용을 풍부하게 채워서 더 완성도 높은 내용으로 구독자님들을 만나 뵐게요.


살던 집까지 내버려 두고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저희 가족의 미국 이야기!

마지막까지 어떻게 진행될지 기대 부탁드려요.


간간히 진행 상황 공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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