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빨리 소식을 공유하고 싶었지만 한 권의 책을 준비하는 과정이 참으로 쉽지가 않아서 이제야 안부를 전해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제 글을 읽어주셨다니 긴장돼서 속이 울렁거려요. 살면서 이렇게 많은 분들께 주목받아 본 적이 없어서요... 그리고 제가 마지막으로 쓴 출간 공지에도 많은 분들이 축하 메시지를 남겨주셨는데 이제야 확인했답니다. 뒤늦게 답변을 드리긴 했지만 너무 늦게 찾아와서 죄송할 따름이에요. 중간중간에 계속 확인을 해야 했는데 한 번 늦어지니까 점점 더 로그인할 용기가 생기지 않더라고요...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 권의 책으로 엮을 수 있는 분량의 글을 완성했답니다. 아직도 제 책을 보면 얼떨떨한데 사실 기쁨보다는 두려움이 더 커요. 그저 감정을 정리하고 싶어서 쓰기 시작한 글이 브런치를 넘어서 더 많은 독자님들께 전해지게 되었네요.
저는 이번 책에 그동안 친구와 친척들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를 모두 담았어요. 제 자신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초라하고 한심해서 브런치에서 연재할 때는 생략했던 내용도 책에 추가했답니다.
모든 기억과 감정을 들추다 보니 글을 쓰는 시간이 끔찍하게 힘들었어요. (제가 브런치에 빨리 돌아오지 못한 이유이기도 해요) 아픔은 시간이 흐른다고 무뎌지지 않더라고요. 먹고 사느라 바빠서 잠시 잊었을 뿐이지 상처는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있고 찌르면 아프더군요.
그러다 보니 우리 가족의 실패담을 기록하는 게 맞는 일인지 회의감이 들었어요. 글을 쓰는 과정에서 부모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가족 모두 옛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고통스러워했거든요. 간신히 기억 속에 묻은 일로 저희 가족은 다투고, 울고, 밤잠을 설치기도 했죠. 글을 쓰면서 감정을 정리하기는커녕 집안 전체를 들쑤신 꼴이 된 거예요. 모니터 앞에 앉아서 혼자 글을 쓰며 울기도 참 많이 울었네요. 그렇게 몇 번이고 여기서 그만두고 싶다고, 눈물을 뚝뚝 떨구면서 써 내려간 글이 마침내 완성되었답니다. 출간 기쁨을 느끼기도 전에 감정적으로 탈진한 상태가 되었어요. 그래도 하나의 덩어리로 뭉쳐져 있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값진 시간이었답니다. 제가 그때 왜 아프고 슬펐는지를 분명하게 알게 되었거든요.
완성한 책은 <그때 미국에 가지 말 걸 그랬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어요. 책을 완성하면서 브런치에 연재했던 글은 1화를 제외하고 모두 비공개로 전환했어요. 내용에서 추가된 부분이 꽤 있다 보니 독자분들이 혼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작가명은 ‘해길’로 바꿨어요. ‘해가 드는 길’이라는 의미로서, 남아있는 삶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순탄하게 흘러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선택했답니다.
대신 온라인에서 구매하신 분들은 이미 도서에 10% 할인가가 적용되어 있어서 포인트 1000원을 차감하고 구입할 수 있어요. 반면 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하시면 키링을 무료로 받으실 수 있답니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키링 증정하는 내용은 추후 더 자세히 알려 드릴게요!
담당 편집자님이 키링 제작해서 보여주셨는데 뭉클하더라고요. 홀로그램으로 제작된 키링은 제가 가졌던 미국의 환상을 그대로 표현한 것처럼 반짝여요. 문구도 ‘American Dream’이라고 새겨져 있고요. 보고 있으면 만감이 교차해요.
직접 찍은 키링인데 손재주가 없어서... 빛에 따라서 색이 변해요. 아무리 기대를 버리셔도 실물 보시면 이 사진 보다는 예쁘답니다
제 이야기는 한 가족의 완벽한 ‘실패 스토리’에요. 한국에서 평범한 중산층으로 살던 가족이 아메리칸 드림에 이끌려서 미국에 갔다가 철저하게 망한 과정을 담고 있어요. 이 이야기 속에 극적인 카타르시스나 감동적인 성공담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답니다. 누군가는 이런 글을 왜 썼냐, 또 누군가는 너보다 힘든 사람들이 널렸다며 저를 비난할 거예요. 그럼에도 제가 이 글을 끝내 완성한 것은 제 나름의 위로를 전하고 싶었거든요. 이전 공지에서도 비슷하게 말씀드렸던 부분이지만, 위대한 이야기만 가치가 있는 게 아니라고요. 별 볼 일 없고, 지극히 평범하고,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심지어는 실패자의 이야기도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저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삶이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하나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었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분들께 책을 추천해요.
1) 미디어 속 낭만적인 외국을 보고 이민을 계획하시는 분들
2) 외국에서 살면 한국에서 살 때보다 더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으신 분들
3) 외국도 사람 사는 곳이라고, 살다 보면 다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분들
4) 더 나아가서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인생 탓에 절망에 빠지신 분들
위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해외 이민 생활을 적나라하게 담았으니 누구나 간접 체험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책을 읽으면 최소한 저희 가족이 범했던 실수는 피하실 수 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제가 글을 연재할 수 있게 허락해 주시고, 때때로 다음 메인 페이지에 제 부족한 글을 노출해 주신 <브런치> 관계자님들 감사합니다.
넘쳐나는 콘텐츠 사이에서 제 글을 선택하여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 인사 전합니다. 황금과도 맞바꿀 수 없는 귀한 시간을 제게 할애해 주신 덕에 글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에도 공감해 주시고 더 나아가 격려해 주셔서 위로를 많이 받았답니다. 미국에서 돌아온 후로 비관적이었는데, 독자님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 덕에 앞으로 나아갈 용기가 생겼어요. 저 역시 남은 인생은 독자님들이 제게 해주셨던 것처럼, 주변에 힘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말 한마디를 건네며 살아가겠습니다.
능력 있는 수많은 작가님들 사이에서 저를 찾아주신 박 편집자님과 정 대표님 그리고 제 이야기가 세상에 나오게끔 도와주신 "텍스트칼로리" 직원분들께도 머리 숙여 인사드립니다. 특히 제가 자신감을 잃을 때마다 한결같은 모습으로 기운 북돋아 주셨던 박 편집자님. 편집자님 덕에 마음속 우울감에서 벗어나 글로 세상과 소통하고, 실패한 과거도 가치가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해요.
그리고 제 세상이자, 제 목숨이나 다름없는 부모님.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한결같이 제 곁에서 꺾이지 않고 버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우리 가족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지만, 우리가 함께 완성한 이 이야기로 지난날이 무의미하지는 않았다는 걸 기억해요. 여전히 한 번씩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뭉개지는 아픔이지만, 부모님이 함께 했기에 그 시간도 추억으로 부를 수 있어요. 항상 감사하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