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버렸으면 좋았을 여의도 누군가의 기억
4.
그렇게 나는 홀로 고립이 되어갔다. 매일 아침, 점심전, 점심, 오후, 퇴근 순례하듯이 차례대로 다녀오는 담배피는 사람들 속에서. 그들은 때로는 중요한 이야기를, 때로는 별것 아닌 이야기를 회사밖에서 하고 왔다. 나에게 공유되는 시점에서는 담배연기같은 과정보단 담뱃재같은 결론만 남아있었다.
다들 이미 들어서 알고계시겠지만, 혹은 이미 몇분에게는 말하긴 했지만. 그들은 마치 일상적인 비상연락망이 있는 듯했다. 공식적으로 회의시간에 말하지 않더라도, 사무실이 독서실보다도 더 조용하더라도, 그들은 본인이 알게된 정보를 시시각각 공유하는 연락망이 있었나보다. 그러니, 담배연기같이 흘러가는 이야기들중 굳혀진 이야기들만 남아 담뱃재처럼 주변을 어지럽혔던 거겠지.
담배피러 그들이 꽤나 규칙적으로 나갈때마다 나는 사무실에 홀로 덩그라니 남았다. 내가 담배를 시작하지 않는게 사회생활을 안하겠다는 의미인걸까. 혹시 나지금, 최소한의 사회생활을 안하고 있는걸까. 내가 너무 증권사 문화도 모르고 감히 무턱대고 이직을 한걸까. 수십번을 되뇌었다. 혹시 이글을 읽는 누군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면, 혹시 이글을 과거의 내가 읽을 수만 있다면, 그런 냄새나는 사회생활쯤 안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조금은 안타깝게도, 냄새나더라도 그들의 사회생활에 낄수는 없을지 모른다고..
나는 그 당시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가십삼아 담배연기에 태울까 두려워 스스로 더더욱 고립시켜갔다. 누가 내 앞에서는 웃는 얼굴로 대하고, 밖에 나가서는 진득한 담뱃재를 떨궈가며 내 이름이 나올때마다 침을 뱉을지 모르니. 점심시간에 엄마한테 전화하며 눈물을 흘리기 일수였고, 잠시라도 집에가서 누워있지 않으면 업무시간이 끝나기 전에 체력이 방전되는 것은 일상이였다. 그렇게 나는 병들어갔던 것이다.
5.
그건 병이었다. 단순 심리적 문제가 아니었다. 5시에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면 저녁만 먹은 시간 6시30분, 7시에도 가만히 앉아있다가 잠이드는것이다. 하지만 열두시간 가량 잠을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가 않았다. 이건 마치 기절했다가 깨어나는 느낌일 뿐이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니 회사에서까지 영향을 받을 정도였다. 점심을 먹고 자리에 앉으면 미친듯이 잠이 몰려왔다. 이건 식곤증의 졸림정도가 아니었다. 그냥 수면제를 먹은사람처럼 눈이 그냥 감기는거였다. 물론, 나도 그 당시에는 식곤증이라고만 생각했다. 요새 내가 피곤하구나, 그래 힘들지 정도였다.
아니었다. 다시 말하지만 그건 병이었다. 언젠가부터 이건 병임을 직감했다. 하루에 아무것도 할 기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열두시간 잠을 자고도 회사에서 아무것도 집중이 되지 않고, 나를 힘들게 하는 팀원들을 보기만 해도 심장이 귀에 들릴정도로 뛰기 시작했다. 이건 뭔가 이상했다. 언젠가부터 아침에 귀를 찌르는 이명이 계속해서 들리고, 옆에서 들리는 소리보다 이명소리가 더 커져갔다.
처음으로 찾은 곳은 한의원이었다. 대학병원 부속 한의원으로 이전에 고등학교 시절 약효를 본적이 있어 다시 효과 볼수 있겠지 싶어 한걸음에 방문했다. 그러나 꽤나 비싼 병원비였다. 100만원, 200만원.. 약값으로 나가는 돈은 굉장히 쉽게도 빠져나갔다. 내가 이정도 연봉을 올리려고 버티고 있는 게 참 우습게도 말이다. 매일 매일 죽을 힘을 다하는게, 참 우습게도.
결국 나는 한의원에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신경과로 제일 유명하다는 서울대학병원을 찾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1박 2일의 검사를 거친 결과, 빈맥증이라는 병명을 얻게 된다. 물론, 이전에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에도 기절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자들은 보통 이런경우 기립성 저혈압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왔고. 하지만 검사결과를 보니 저혈압이 아니라 심장박동수가 갑자기 30,40,50 급증해버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진단을 받은 후, 처방약을 받으면서 심장박동수가 줄기 시작했다. 마음도 지나치게 불안했던 마음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되었다. 약을 먹으면서 나는 괜찮다고 여러번 되뇌이게 된 영향도 있을테다. 약을 먹기 전만 하더라도 매일밤을 엉엉 울기도 했더랬지. 정말 너무 회사가 가기싫었던 나는 마치 학교가기 싫은 아이처럼 침대에 누워서 나 내일 가기싫어, 나 회사 안가면 안돼? 나 회사 그만두면 안될까? 되풀이했더랬지. 지금도 과거의 나를 떠올리면 마음이 움푹 파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