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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엔 Mar 29. 2023

Playlist. April

Monthly playlist

 문 밖으로 나오면 오늘의 플레이리스트를 정한다. 음악은 나의 기분을 대변한다. 내 주관대로 정리된 플레이리스트는 내가 어떤 기분이던지 나의 하루를 더 선명하게 만들어준다.

더운 여름에는 EDM 또는 락을 듣는다. 주로 70,80 년대 락을 좋아한다. 요즘 같이 겨울에서 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에는 특유의 너무 잔잔하지도 너무 신나지도 않은 노래들을 듣는다. 감성에 취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과하지 않은 약간의 텐션이 필요할 때는 R&B 를 많이 듣는다. 그 밖에도 재즈, 시티팝, 인디음악 등 내가 들을 수 있는 노래는 넘치고 넘친다. 이렇듯 이 음악들을 내 입맛에 맞게 정리하는 일은 매우 매우 중요하다. ('오아시스' 노래를 듣다가 갑자기 '쳇 베이커' 노래가 나오는 건 상상만 해도 최악이다.)  음악은 순간을 기억하게 하는 힘이 있다. 여행할 때 들었던 '그 음악'은 언제나 나를 그 순간으로 데려간다. 어디서든 음악을 들으면 그 순간으로 빠져들어간다. 내가 추천하는 음악이 여러분들의 순간으로 기억됐으면 한다.


 4월은 꽃의 계절이 아닐까. 앙상했던 나뭇가지에 꽃잎들이 하나둘씩 피어난다. 칙칙했던 풍경은 보다 밝아진다. 푸른 하늘 아래를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마음도 몽글몽글해진다.


 1. John Mayer - Rosie

날이 따뜻해지기 전 살짝 쌀쌀한 날씨에 맞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던 너무 잔잔하지도 너무 신나지고 않은 음악 중 하나이다. 아련한 목소리 때문인지 'John Mayer'의 음악은 너무 춥지 않은 아주 살짝 쌀쌀한 날에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그가 기타 치면서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왜 할리우드의 소문난 바람둥이일 수 있는지 대충은 짐작이 간다. 자고로 바람둥이가 본인 의지로만 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남자인 내가 봐도 반해버렸다. 그만큼 노래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고 기타 연주는 말할 필요도 없다! 수많은 곡 중에서 부담 없이 편하게 그리고 살짝 신나게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이 음악을 추천한다.


 2. Albert Posis - Serendipity

이 음악은 딱 봄이다. 제목부터 봄에 들어야 된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만큼 이 노래의 제목뿐만 아니라 가사도 너무 뻔한 사랑노래이다. 하지만 뻔한 만큼 사랑하는 마음이 더 직접적으로 와닿는다. 노래 중 이런 가사가 있다.

"Fell in love unexpectedly. We ain't gotta rush, this is destiny. Everytime I hold ya, baby. My knees get so weak."

사랑이야기 하면 자고로 갑작스럽고 운명적이어야 더 애틋한 법이니까. 사랑 그 자체의 순수함이 잘 느껴진다. 그래서 봄 하면 이 노래를 빼놓을 수 없는 것 같다. 굳이 봄이 아니더라도 풋풋한 사랑의 감정을 느껴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한다.


 3. 민서 - 2cm (feat. Paul Kim)

자고로 연애는 시작 전이 가장 아슬하고 또 긴장이 넘친다. 아직 상대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게 조심스럽다. 서로에게 잘 보여야 하기에 항상 이쁘고 멋있는 모습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그런 순간순간들을 이 음악이 잘 담고 있는 것 같다. 가사 하나하나가 사랑스럽고 예쁘다. 사랑을 시작하기 전 두 사람 사이의 간격이 2cm 밖에 되지 않는다. 아주 좁은 간격이지만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딱 그때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존재한다. 수많은 가사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가사가 있다.

"별 일 없이 전화할 땐 말야 별 맘 없인 아니란 거."

괜히 전화해서 몇 마디 못하고 전화기를 내려놓은 기억이 있다. 연락이 없어 뭐하는지 궁금하고 목소리가 듣고 싶을 때. 용기 내 전화를 걸었지만 딱히 할 말은 생각나지 않는다. 가사 한 줄이 그때 그 감정을 생각나게 한다. 곧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설레는 감정을 느끼고 싶다면 이 노래를 추천한다.


 4. 장범준 - 노래방에서

우리나라에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을 모르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벚꽃 연금'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벚꽃엔딩은 이제 봄 하면 생각나는 상징적인 음악이 되었다. 이 음악 덕분에 그가 앨범을 낼 때마다 전곡을 꼭 한 번씩은 듣는 것 같다. 그의 음악은 듣기 편하다. 과하지 않은 멜로디와 직관적인 가사 때문인지 이 맘 때쯤이면 늘 생각난다. 그중 가장 최근에 나온 앨범의 세 번째 트랙 '노래방에서'라는 음악의 가사가 공감이 갔다. 20대 초반에는 노래방에 정말 많이 갔다. 친구들과 함께 가기도 하고 옛 연인과 가기도 했다. 물론 혼자서도 자주 갔었다. 그러나 매번 노래방에 가는 나의 목적은 달랐다. 친구들과 함께할 때는 큰 목적이 없었다. 그들을 만나는 날은 '노래방에 가는 날'이었다. 아무 눈치도 보지 않고 그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맘껏 불렀다. 연인과 함께 갈 때는 목적이 분명했다. '잘'불러야 한다. 달달한 사랑 노래들을 마치 원곡자가 된 것처럼 소화해내야 했다. (물론 성공한적은 없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가지 준비가 필요했다. 바로 '연습'. 나는 노래를 연습하기 위해 종종 혼자 노래방에 갔다. 학교가 끝나고 알바 가기 전 알바가 끝나고 집에 가기 전 시간을 주로 이용했다. 나의 노래를 아무 준비 없이 뽐내기에는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의 노래 가사 중 이런 부분이 있다.

"그렇게 노래방으로 가서 그녀가 좋아하는 노랠 해. 무심한 척 준비 안 한 척 노랠 불렀네 그렇게 내가 노랠 부른 뒤 그녀의 반응을 상상하고 좀 더 잘 불러볼걸 노랠 흥얼거렸네"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를 땐 연습을 많이 한 티를 내면 안 된다. 조금 부끄럽다고 할까. 고작 노래방인데 이 날 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노래를 부르는 건 좀 과해보이기 때문이다. 준비하지 않은 척 노래를 불러야 한다. 하지만 노래가 끝나면 늘 아쉬움이 뒤따른다. 우리는 가수가 아니기에 하나의 노래를 완벽하게 부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게 좀 더 잘 부르기 위해 '혼자' 노래방에 가 연습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노래방에 가지 않는다. 다들 각자 살기 바빠 친구들을 만나는 것조차 쉽지 않다. 퇴근하고 집에서 쉬기 바쁘다. 노래를 부를 여유는 없어진 지 오래. 바쁜 일상으로 인해 잊고 있던 그때 그 시절을 기억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노래를 추천한다.


여러분들의 4월이 좀 더 선명하게 기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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