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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멜리 Oct 26. 2017

나 편하다고 좋아해서 미안해

小訴한 기록6_20171026

오전에 일이 있어 오랜만에 새벽길을 걸었다. 가까스로 다섯시를 넘긴 시간, 길가가 어둑어둑 했지만 분명 하늘은 한밤중의 그 색과는 달랐다. 정말 오랜만에 강을 건너 상수동에 왔는데 간밤을 달린 아직 건강한 자들이 꽤 추워진 기온에도 여기저기 널부러져있다. 오랜만의 새벽공기가 무척이나 반가웠으나 맑은 정신에 비해 내 몸뚱이가 너무 비루한고로 커피를 찾아 탐탐을 검색.. 24시 까페라니 너무 좋은걸! 생각하며 들어왔는데

세상에나 아르바이트생의 표정이 너무나도 좋지 않다. 다른게 없어 이런게 문명이지, 생각하고 들어온 몇분전의 내가 부끄러웠다. 내가 낼 수 있는 제일 부드러운 말투로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고, 조심스레 주문을 하고 또 진동벨에 붉은 불이 한 칸 들어오자마자 픽업대로 뛰어갔다. 고맙습니다, 하고 커피를 집어드니 "정말 감사합니다, 커피가 뜨거워요. 감사합니다." 얘기하는 앳된 얼굴을 한 아르바이트생의 반복되는 감사. 순식간에 마음이 복잡스러워졌다. 밤새 불 밝힌 번화가 한 가운데서 술에 취했거나 밤에 취한 이들을 겪어내며 새벽을 맞았을 그 조그마한 사람이 잠깐 안타까웠다가 곧 대단해졌다. 그렇지만 아직 어려보이는 그 조그만 어깨가 굳이 그런걸로 대단하진 않아도 되는 날들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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