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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멜리 Feb 26. 2018

01. 퇴사vs공무원vs스타트업?

요즘 뭐가 대세라 생각하세요?

 2018년 2월 26일 오늘을 기준으로 20대 후반의 필자인 나는 직장생활 4년 차로 대기업과 정부 산하기관을 거쳐 스타트업에 몸 담고 있다.


 20대 초반의 나는 공무원이 되고 싶었다. 왜? 별다른 꿈이 없었으니까. 그냥 주변에서 한 번 해보라 해서. 고시에 두 번 도전했고, 매번 2차 시험의 한 과목이 과락을 맞는 바람에 2년 반 만에 포기했다. 그리곤 남들 다 하는 대로 대기업에 줄줄이 원서를 쓰다 합격해서 입사했다. 그랬는데 나를 쥐어 짜내는 조직이 나와는 영 맞지 않아 금방 퇴사했고, 다음으론 정부 산하기관에 갔는데 '내 세금이 이렇게...?' 하는 충격에 또다시 퇴사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지금은 인사 솔루션을 다루는 작은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앉아있다.



퇴사, 너무 쉽게 한 거 아니야?

 맞다. 어쩌면 너무 쉽게 했을지도 모른다. 한 취업포털의 통계 조사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조사 대상 1,300명 가운데 절반이 퇴사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단다. "요즘 젊은 애들 참 빨리 포기해"라는 어른들의 말씀에서 나는 소위 '요즘 애들'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빠른 포기'라는 죄에 몇 가지 면죄부를 주자면 일단 그것이 나에게는 결코 '빠름'이 아니었음을 얘기하고 싶다. 나에게는 직장, 더 나아가서는 일을 선택함에 나름의 세 가지 기준이 있었다. "시간", "돈" 그리고 "자기계발".



시간·돈·자기계발



 시간과 돈, 그리고 자기계발. 직장 혹은 일을 선택함에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고려하는 부분이다. 이 세 가지가 모두 만족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환상의 직장 아닐까.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삶이다. 

9시쯤 출근해서 6시엔 늘 칼퇴근이 보장되고, 월급에 정기적인 상여와 보너스까지 빵빵.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성과 커리어가 일치하는 직장!


 이 글을 타이핑하고 있는 나도, 읽고 있는 당신도 안다. 그런 곳은 없다. 구글? 돈과 자기계발은 몰라도 그들에게 진짜 시간적 자유라는 게 존재할까? 생각만 해도 척척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구현 가능한 테크니컬이 아주 훌륭한 사람이 있다면, 그런 것이 가능한 사람이 있다면야 세 가지를 모두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워라밸, 일과 삶의 균형, 저녁 있는 삶을 수년째 정부와 사회, 개인이 모두 부르짖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부분인가에 는 의문이 든다. 물론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바임은 분명하다. 디스토피아에 살고 있더라도 늘 마음 한편에는 유토피아를 꿈꿔야 하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숙명 아닌가.


 그렇지만 언제 도달 가능할지 모르는 유토피아만 바라보고 살 수는 없는 일. 꿈은 꿈대로 좇되, 내 상황 속에서 현실 가능한 대안들을 절충하며 살아야지. 그래서 나는 세 가지 중 한 가지라도 만족한다면, 그리고 나머지가 내 최소한의 기준선을 넘기는 정도라면 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첫 직장이었던 대기업은 셋 중 만 있는 곳이었다. 돈을 많이 주는 만큼 시간도 없었고, 자기계발 같은 것도 가능할 턱이 없었다. 일 자체도 틀에 박힌 사무적인 일이었고, 조직의 특성상 새로운 것을 원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거부했다. 첫 직장생활의 시작 전에는 돈만 주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못했다. 아님 내가 아직 어려서 돈 맛을 덜 봐서 그랬을지도? 내 기대치와 실망의 변화 정도를 보다 확실히 보여주고자 표로 정리해 보았다. 그래도 관심이 있었던 직무로의 취업이라 자기계발이 중 정도는 될 줄 알았더니만 허튼 기대였다.



 두 번째 직장이었던 정부 산하기관은 셋 중에 시간을 기대하고 입사했던 곳이었다. 나는 아무래도 셋 중에 자기계발 성, 그러니까 향후 내가 평생 무엇을 하고 살 건지, 어떤 생각과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살 건 지가 제일 중요했다. 그런데 첫 직장을 겪으면서 '자기계발'이라는 것이 직장을 통해 이루어지기는 아무래도 힘든가 보다, 생각했고 그러면 시간이라도 좀 남으면 여가시간을 활용해서 책도 더 보고 공부도 더 하자는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내가 쥐여 짜임을 피해 떠난 도피처 역시 역피라미드 구조의 조직으로, 외부에서 볼 때는 굉장히 한가해 보였지만 실제 실무자들 (주로 연차가 낮은 신입직원들)의 밤샘+주말 근무로 공을 메꾸는 조직이었다. 심지어 돈도 많이 안 줄 거면서 부려먹기만 해! 하지만 의외로 직접적인 실무에 날 것의 형태로 던져지다 보니 업무적인 성장은 많았다. 그나마 다행이랄까..



 그렇게 나는 1년 반 전에 세 번째 직장, 지금의 연구소에 도착했다. 중소기업/창업기업/스타트업을 위한 인사 솔루션을 만드는 우리 조직은 온라인 시스템을 개발해 기업체에 제공하고, 워크샵과 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다. 나는 아이들이 명문대학에 진학하고 스펙 5종을 갖추는 것과 같은 사회가 요구하는 경로를 타지 않아도, 자기가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선택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데 지금의 회사가 앞으로의 내 꿈과 제대로 맞아떨어지는 곳이었다. 역시나 막 시작하는 조직이기에 시간적인 여유는 부족하지만, 일단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의 일을 배우고+하고 있기에 정신적인 피로도는 현저히 덜하다.



 모두가 다 같은 기준일 수는 없다. 내 기준표를 보면서 '왜 돈을 포기하지?'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자기계발 피곤해. 그냥 일은 일이고 내 삶은 내 삶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냥 우리가 가진 가치 기준이 모두 다를 뿐이다. 다만, 당신과 내가 가진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래서 결국 "내 기준은 이거야!"라는 게 있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퇴사 vs 공무원 vs 스타트업


 셋 다 요즘 우리 사회의 아주 핫한 이슈다. 2030 젊은 층을 중심으로 퇴사 열풍이 불었고, 서점마다 퇴사를 주제로 한 책들이 매대 위에 주렁주렁 열려있을 정도다. 공무원은 말할 것도 없다. 몇 년 전부터 공무원 시험 시장은 대학입시 시장의 규모를 넘어섰고, 이제는 고등학생들조차 수능 대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대세는 스타트업이다. 작게는 1인 기업, 그리고 나아가서는 상장 기업으로까지 발전하기도 하는 스타트업. 일자리 부족과 인력 매칭 실패, 사회 구조와 기술 변화 등에 따라 정부가 시책으로 계속 밀고 나가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남들 다 그랬던 것처럼 공무원을 꿈꿨던 한 때의 나, 그리고 취업 후 기대했던 삶의 모습이 박살남에 따라 퇴사를 선택했던 나.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란 것을 찾아 스타트업에 온 나. 세 가지 모습의 나는 요즘 '젊은 애들'이 고민하는 문제를 모두 안고 살았고, 살고 있다. 당연히 고민해야 할 문제이고 고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셋 중, 무엇이 가장 대세라고 생각하는가? 아마 요즘 제일 잘 먹히는 키워드는 '퇴사'일 것이고, 돈이 제일 많이 벌리는 분야는 '공무원', 그리고 제일 힘든 게 아무래도 '스타트업'.


 하지만 일단 내가 이 키워드에 발을 대고 있으니 잘 먹고 잘 살 방법을 궁리해야겠지 싶다. 앞으로는 브런치에 종종 스타트업 조직의 이야기를 올릴 예정:-D 누군가 읽어주었다면 구독해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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