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소소한 삶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멜리 Oct 09. 2018

해킹이라니 그게 무슨소리요..?

보이지 않는 상대를 저주하기

 눈에 보이지도 않는 상대를 미워해본 일이 있을까. 적어도 나는 지금이 처음인 것 같다. 지난달, 갑자기 회사에서 운영하는 시스템 몇개가 먹통이 됐다. 아침까진 멀쩡했는데, 갑자기 왜 사이트 접속이 되지 않는지 의아해 IT팀장님께 급히 연락을 취했는데 '해킹'이란다. 해킹이요? 왜요? 왜.. 왜 우리회사거를.. 왜요? 아니, 대체 왜? 무슨 큰 돈씩이나 되는 정보도 없는데.. 왜 대체 보안까지 뚫고 우리거를...? 왜!


 다행히 어찌어찌 임시서버로 옮겨 서비스를 운영하는데는 성공. 문제는 뒷처리였다. 특별히 정보가 유출되거나, 시스템이 유실된건 아니었지만 이것들이 엉뚱하게도 '이미지' 파일들을 먹어버렸다. 아니..왜? 왜그러는거야? 미적감각이 쥐뿔도 없어서 어차피 시스템은 단순 깔끔 그 자체였으나, 그래도 배경이미지나 도표 없이 텍스트만 딸랑 서비스 될 수는 없는거잖아요.. 여차저차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파일들을 끌어모아 간신히 복구를 했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인 문제는 원래 서버를 정상화 하는 일. 서버가 업체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데이터 센터에 가서 작업을 진행했다. 꼬박 반나절을 항온항습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서버실에 꼼짝 않고 서서 간신히 작업을 끝내고, 망할 해커 놈들이 혹시나 백도어를 남겨두고 갔을까봐 전전긍긍 후처리를 해야 했다.


 우리 IT팀장님이 제일 고생하신건 말 할 것도 없고, 나 역시 서버 불안정으로 인해 관계사들과 사용자들에게 계속해서 피드백에 피드백.. 새벽 두시에도 피드백, 주말 저녁에도 메일링.. 대표님은 이거 신경쓰랴 저거 신경쓰랴 스트레스 속에 계속 급체.. 그렇게 한 달여가 지났다. 시간이 어떻게 간지도 모르겠을 만큼 너무너무 스트레스.. 밀려드는 문의를 하나하나 대처하는데 정말 진이 빠졌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관계사와 고객사 분들은 너무너무 인자하셨기에 외려 걱정과 격려를 해 주셨기에 망정이지.


 죄송스러운 만큼 얼굴도 모를 해커놈들이 원망스러웠다. 왜 예전에 대죄를 지으면 삼대를 멸하라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찾아내서 삼대를 멸하고 싶은 심정이 울컥울컥.. 분노를 표출할 대상도, 방법도 없는 화는 한 달 내내 나를 괴롭혀 멍 때리며 앉아있다가도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눈꺼풀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눈물을 꾹꾹 눌러 짜내고 씩씩대면서 커피를 타마셨다. 이깟거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그리고 어제 드디어 거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이 싸움이 드디어 끝났다. 망할 망할 망할 해킹. 문지방 넘을 때마다 발가락 찧어서 고통스러워 해라. 자기전에 누워서 핸드폰 하다가 맨날 코 위로 핸드폰 떨어뜨려라! 이 덕분에 밀린 일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라 이제 더 바짝 정신차리고 살아야 한다. 그래도 더이상 잠을 자면서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 짓눌려 꿈 속을 헤매는 날들은 당분간 안녕. 보이지도 않는 놈들을 상대로 죽어라 염불을 외던 날들도 이젠 안녕. 다신 오지마 제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