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회사도 연봉은 통보다.
멜입니다. 오랜만에 회사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계절도 없는 한여름 국가인 이 곳에서 시간은 정말 빨리 흘러갑니다. 재택근무는 그 속도를 부추겼어요.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입사한 지 1년이 거진 다 되었습니다. 업무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고, 업계 용어들도 조금씩 입에 붙고 있는 상황인지라 다음 1년도 무난히 흘러갈 것이라 믿습니다.
팀 매니저에게 별안간 메신저가 왔습니다. 좋은 뉴스가 있다면서요. 곧바로 전화가 왔습니다. 사전 약속 없이 전화를 하는 사람이 아닌데 조금 의아했어요. 알고 보니 연봉 통보? 의 자리였습니다.
원래는 연말에 연봉 협상이 있지만 입사한 지 1년이 되었으니 이번에만 특별히 먼저 연봉조정이 있었다는 것이 요지였습니다. 지금은 업무도 능동적으로 잘하고 주체적으로 일하고 있어 보기 좋다, 그래서 이른 감이 있지만 헤드와 상의하여 연봉 인상 승인을 받았다고 말해주더군요. 예상하지 못했던 소식에 우선은 감사를 표했습니다. 앞으로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해주길 바란다며, 정식 통보가 메일로 갈 것이라면서 전화를 서둘러 끊었습니다.
경기가 이런지라, 특히 요즘 제가 맡은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연봉협상 자리가 기다려지지만은 않았던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의아했지요. 아니 원래 이렇게 아무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통보를 해주는 것인가? 나는 아무 준비가 안되어 있었는데 뒤통수를 치는 건가? 싶기도 했고요.
제가 스타트업에서 첫 외국 직장생활을 해서 그럴지도 몰라요. 이전 직장에서는 연봉협상 시기를 사전에 통보해줘서 자료 및 시나리오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들어갔었어요. 회사 규모가 작고 입사 연봉을 워낙 낮춰와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저를 비롯한 다른 분들도 두 자리 인상은 기본이었거든요.
보통 한국에서 친구들이 받는 연봉, 업계 수준, 나의 기여도 및 세일즈 실적 모두 준비해서 아예 엑셀 파일을 들고 협상에 임했습니다. 기본으로 두 번 정도 옥신각신이 있었고요. 한국 회사를 다닐 때와 가장 큰 차이점이자 장점이 이 부분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뜬금없이 연봉을 통보받은 이번 경험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어요.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규모가 어느정도 되는 회사의 경우, 예산이 위에서 내려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인상폭이 굉장히 제한되어 있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전 세계 몇십 개의 지사를 운영하는데 각 포지션마다 인상률이 정해져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겠지요. 매년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제가 조금은 미련했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도 4년간 호봉제를 따랐는데 말이죠. 미국계랑 유럽계가 또 다르다던데, 아직 미국계는 가보지 못해서 모르겠네요.
역시 입사할 때 잔뜩 땡기는 것이 답인 건가 싶어요. 솔직히 저는 이직할 때마다 산업을 바꿔서 협상권이 제 손에 있지 않았던 터라, 아직까지 만족스러운 협상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일 년 전 이직 시에는 당시 회사에서 승진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 연봉을 똑같이 받고 왔어요. 대신 성과를 조정했지만요.
아무튼 그렇게 1년간의 연봉이 정해졌고, 또 다른 이직이 올 때까지 협상의 두근거림은 다시 맛보지 못할 것 같습니다. 더 욕심을 부린다면 그건 정말 욕심이겠지요. 1년이 지난 지금, 다행히도 앞으로 2~3년은 거뜬히 다닐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드니, 그 부분은 다행이에요.
다만, 정확한 평가자료 없이 얼렁뚱땅 넘어간 고과평가와 그 인상률이 나오게된 이유에 대해 전혀 설명이 없던 부분은 아쉬웠어요. 인상폭이 정해져 있다고 해도, 그 접점을 찾는 과정에서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는데 말이죠.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아는 것이 턱없이 부족해서 제대로 물어보지 못한 부분이 큰 것 같습니다. 이렇게 또 하나를 배워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