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 삐뚤어질 거다.
입사 1주년 축하 메일을 받고 계정을 리셋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아서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는지도 모른다. 조금씩 어깨를 짓누르는 경력의 무게에 눌려 괜히 심술 맞은 방향으로 삐져나왔을지도 모른다. 이제 곧 8년 차인데, 눈을 한쪽씩 깜빡이면 곧 10년 차가 될 것 같은데 내 커리어는 이대로 괜찮을까에 대한 나의 걱정이 투영된 것일지도 모른다. 모르는 것 투성이다.
사실 며칠 전, 사수가 살짝 귀띔해줬다. 한국팀에 한 명을 더 뽑을지 모른다는 말. 이미 한 명이서 맡고 있던 업무를 나의 합류로 두 명이서 나누게 되었는데, 그로는 부족했는지 이제 세 명이서 맡게 될 예정이라고 한다. 동일한 시장, 악화된 시장 환경, 알 수 없는 내년 전망 등을 감안하고서라도 설마 사람을 또 뽑겠어라고 생각했던 내가 바보다.
사실 한국시장 담당으로 뽑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영어권을 맡기기에는 영어가 부족하고, 그렇다고 버리기에는 사람이 너무 좋고. 한국인은 아니지만 한국어가 모국어이니 한국팀 소속으로 뽑겠다고 이미 상부 보고가 올라간 상황이다.
사수는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바로 끊고 채팅창으로 업데이트를 해주었다. 그녀도 전화가 조금 꺼려졌을 테지. 무튼 결론은 '팀장이 보래서 봤는데 자기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이다. 최종 승인이 떨어지면 나 또한 그녀를 만나 가볍게 미팅을 할 예정이다. 사실 옆집 사수가 이렇게까지 업데이트를 해주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 내 사람을 직접 뽑았던 자리에 나도 있었던지라, 그리고 나는 내 사수처럼 속이 깊지 못했었기에.
면접 시 다음 채용은 적어도 3년 뒤일 것이라는 사수의 말이 기억난다. 나 자신도 전임자 없이 자리를 만들어 들어왔지만, 마켓의 성장 속도를 볼 때 이후 채용은 아주 먼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했었다. 그리고 정확하게 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신입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나도 안다. 내가 보는 눈과 위에서 보는 눈이 얼마나 다른지, 그리고 그 다른 눈을 이해하지 못하는 속 좁은 부하상사가 얼마나 한심하게 보일지. 하지만 사수가 얼마나 속 깊은 사람인지, 팀장이 나에게 얼마나 잘해줬는지 생각하지 않고 오늘만은 삐뚤어지고 싶다. 오늘만은 마음껏 서운해하고 싶다.
나로는 부족한가? 너무 일이 많은 척했나? 왜 없는 자리를 굳이 만들어서 사람을 들이는 것일까? 그것도 나와 비슷한 나이, 경력의 사람을. 아니 어땠기에 그렇게 극찬을 하는 것인가? 여차하면 한 명만 남기고 자를 심산인가? 그렇게 안 봤는데 무서운 사람이었어 너. 나라고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줄 알아?
여기까지 퍼부으니 완전 망언 수준이다. 마음속에서 떠돌던 말들을 손가락으로 흘려보내니 말도 안 되는 걱정을 하고 쓸데없는 정력을 쏟았다는 것이 결론이다. 하지만 하루는, 오늘만큼은 아무것도 모르는 막내 투정을 부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