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 어린 무관심을 주세요.

외국회사에서 일하는 장점

by Mel
외국에서 일하면 한국이랑 비교했을 때 뭐가 달라?


친구, 가족, 면접 때에도 어김없이 받는 질문이다. 해외생활 초창기 때는 감정 섞인 답변을 내놓았다면, 국내와 해외생활 비중이 거진 같아진 지금은 한 발짝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물론 극히 나에게만 제한되어 있는 경험으로 둘을 비교하기란 턱없이 모자라지만 공감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사실 나는 꼭 대답해야 하는 인터뷰 자리가 아니라면 이런 질문들은 대충 뭉개버린다. 그 사람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모르며,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는 이 친구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어떤 면을 말해줘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질문 자체가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에, 선입견이 가득한 상대방이 편치 않아서 등등의 이유도 있다. 물질적인 것들을 차치하고서라도 외국 생활에 장점은 충분히 많겠지만 쉽지 않은 해외생활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최근에 카뮈의 이방인을 스치듯이 읽다가 '애정 어린 무관심'이라는 용어를 발견했다. 발견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외국생활을 정확하게 짚어준 느낌이었다. 한국에서 나는 지나친 관심에 둘러싸인 느낌이었다. 직장은 물론이요,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어도 처음부터 훅 들어오는 질문에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한국에서 나고자란 토종임에도 이러한 질문들이 조금은 불편했던 것 같다.


몇 살이니, 남자 친구는 있니, 결혼은 언제 하려고 그러니와 같은 신상 정보에서 너네 아버지는 무슨 차 끄시니, 대학은 어디 나오셨니, 오빠는 무슨 일을 하니 등 가족 신상까지 좋게 말해 관심이지 많은 잣대들로 나를 평가하고 규정 지으려는 부분들이 있었다. 물론 그 속에서 따뜻함이 피어날 적도 있었지만, 내가 원하지 않는 장소에서 껄끄러운 질문을 듣는 것에 대해 면역력을 길러야 했고, 노 코멘트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남자들이 많고 옛날 회사 문화를 고수했던 나의 첫 회사의 특징이었을 수 있지만, 두 번째 회사 또한 다르지 않았다. 그렇지 않은 회사들이 더 많을 테지만 나는 운이 그렇게 좋지 못했다. 여기저기에서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관심 속에서 끊임없이 나와 남을 비교하는 삶이 익숙했다.


그런 점에서 외국생활은 어찌 보면 지나친 무관심의 연속이라 볼 수 있다. 사회생활에서 위에 나열했던 질문들을 먼저 받아본 적은 아직까지 없다. 답답해서 내가 먼저 밝히는 경우도 있었다. 주말에 동물원을 다녀왔는데, 동료한테 자랑하고 싶은데 아무도 물어보지 않으면 조금 섭섭하다. 그렇다고 아예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나치며 했던 말을 기억하고 나중에 다시 물어보고, 사는 데 문제가 없는지 종종 물어봐주는 동료들에게서 따뜻함과 애정 어림을 느낄 수 있다.


1미터라는 사회적 거리두기처럼 1미터 밖에서 관심을 던져 주는 느낌이랄까? 무관심이지만 애정이 어렸기 때문에 금방 관심으로 바뀔 수 있다랄까? 거주 국가의 문화권에 따라 또 다르게 나타나겠지만 아시아 영어권에 머무는 나에게는 이러한 특징이 굉장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나는 원하는 사람에게만 관심을 주고받을 권리가 있고, 그 권리가 자연스러운 이 곳.


그것이 해외생활을 딱 한국생활만큼 겪은 내가 느끼는 해외취업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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