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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 Jan 29. 2021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크리스텔 프티콜랭

생각이 너무 많다. 잠깐의 틈을 주지 않고 여러 가지 생각들이 쓸려왔다가 물러난다. 호기심이 많을 나이는 진작 지났는데 여전히 온갖 것들에 관심이 가고, 감각들은 무뎌지기는 커녕 살아나서 나를 괴롭힌다. 넘쳐흐르는 감수성은 오늘도 나를 지치게 만든다. 크리스텔은 이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한다.


- 감각 과민: 남들보다 유난히 민감하고 긴 나의 감각 더듬이는 여기저기에서 온갖 자극들을 찾아다니며 오감 자극을 만족시킨다. 남들이 듣지 못하는 미세한 베이스 소리에 감동하거나, 지나치기 쉬운 변화를 쉽게 감지한다면 이에 해당된다. 

- 넘쳐흐르는 감정: 지나치게 풍부한 감정 앞에서 너의 아픔은 나의 마음이 되고, 내 눈에만 보이는 것들에 또 감정은 복받쳐 흐른다. 사랑도 슬픔도 동정도 넘쳐흐르는 이상주의자이기 십상이다. 

- 쉬지 않고 도는 두뇌: 정신적 과잉이라고 한다. 좌뇌보다 우뇌가 크게 발달한 이들은 현재의 순간을 살면서 생각의 가지를 쉬지 않고 뻗어댄다. 논리적이고 체계적이기보다는 동시다발적으로 산만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로 사물에 접근하며 직관과 본능을 중시한다. 


이 사람들은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생각은 우주 한 바퀴를 돌아온다.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너무 많이, 그리고 빨리 하는 이들은 아닌 사람들에게는 생각 사이의 점프가 많고 정신이 하나도 없어 보일 것이다. 친구들과의 대화를 시작할 때 이미 당신은 그들의 대화가 어떻게 끝날 지를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사람은 높은 확률로 일을 잘한다. 보통사람들의 업무능력을 능가하는 이들은 벌써 일을 다 끝내고, 다른 일까지 끄집어내서 정리하는 바람직한 일꾼이다. 때문에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줄곧 시기 질투를 받아왔다. 나를 괴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심지어 이용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나의 앞에 등장한다. 


나는 이 책을 3번 정도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새롭다. 처음에는 나와 같은 부류가 의외로 많다는 것에 신이 났고, 두 번째는 특징들을 하나씩 곱씹어 보면서 내 가족과 친구들을 생각해보았고, 마지막은 그래서 나는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지를 생각하며 읽었다. 


남들보다 순수하고 이상주의자에 사랑(만은 아니겠으나)이 넘쳐흐르는 이들에게는 어떠한 힘이 필요할까? 


- 다름을 인정하자: 안도해라.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 생각을 정리하자: 뒤죽박죽 엉켜있는 생각을 정리하자.

- 비판에 초연하자: 나를 모르는 사람들의 비판에 상처 받지 말라.

- 내짝을 찾아보자: 나와 같이 두뇌활동이 활발한 사람을 만나자. 


이중에 가장 와 닿은 조언은 마지막, 나와 비슷한 사람 만나기이다. 사실 무의식적으로 자기와 비슷한 사람을 이미 찾았거나, 아니면 찾고 있을 것이다. 


다행히 내 옆에도 이러한 친구들이 몇 있다. 대화는 어디로 튈지 모르지만 당황스럽지 않다. 순식간에 화제가 바뀌지만 따라잡는데 하나도 무리가 없다. 남들과는 하지 못했던 대화들도 그들과는 술술 풀린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라면 나는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다. 


감각 과민과 정신적 과잉이라는 심각한 용어들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이라도, 이 책은 나를 그대로 인정하고 당당해지는데 도움이 된다. 사회의 주류를 따라가지 않아도 괜찮다. 내향적인 나의 성향을 누른 채 외향성을 극대화시키지 않아도 된다. 모든 사람과 어울릴 필요는 없으며, 당신을 이해하는 친구들과의 시간을 소중히 하라는 조언은 toxic relationship에 숨죽여 살아가는 우리에게 호흡기를 내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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