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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해고 소송에서 승소한 그녀

부러운 일본의 노동법

by Mel

다시 돌아온 싱가포르, 그리고 사무실. 변화가 있다면 새로 들어온 한국팀 멤버일 것이다. 나보다 6살 어린 그녀는, 주니어의 기운을 아무렇게나 흩뿌리며 사무실을 돌아다닌다. 덕분에 내가 우리 회사에 처음 들어왔을 때와 꼬꼬마 신입이었을 때가 새록새록 생각난다. 나도 이제 어쩔 수 없는 라테를 읊조리는 나이가 되었나 보지.


그녀가 들어온 지 한 달, 프로베이션 기간이 끝나기 전까지 그녀의 유용성(?)을 입증해내야 하기 때문에 나까지 덩달아 바빠진다. 내 하루 일과는 그녀에게 일을 지시하고, 그녀가 해온 일을 봐주고, 그리고 남은 내 일은 야근이지만 무럭무럭 성장하는 그녀를 보면 뿌듯해진다.


어제는 사수와의 캐치업에서 그녀의 진척도를 이야기하다가 예전 동료 이야기가 나왔다. 수습기간이 끝나기 전에 그녀를 정상궤도로 올려놔야 한다는 말을 하였는데, 글쎄 수습기간이 6개월로 변했단다. 올해부터 세일즈 신규인원만 6개월로 늘렸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급작스러운 변화에는 나의 예전 동기인 일본 언니가 있었다.


나의 동기였던 일본인 언니는 언젠가 브런치에서도 언급을 하였지만 수습기간인 3개월을 넘기기 전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여 2개월을 추가로 연장하였다. 하지만 한 달 뒤에 해고 통지를 받았고 연락을 뜨문뜨문하다가 끊겼다. 마지막으로 들었던 소식은 그녀가 우리 회사를 고소하였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충격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는데 회사를 고소한 그녀는 1년 남짓한 싸움 끝에 결국은 승소를 하였고 위로금을 왕창 뜯어갔다고 한다. (언니 멋져!) 15년 차에 월급도 상당했던지라 아마도 1년은 펑펑 놀고먹을 정도의 돈을 받았을 것이다. 이러한 충격적인 결과로 영국 본사에서는 바로 세일즈의 수습기간을 6개월로 조정하였고, 그 때문에 세일즈만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견디며 자신을 증명하게 되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뜨악했을 것이다. 아마 해외지사 설립에 아주 잘못된 예가 아닐까 싶은데, 일본에 지사를 세우면서 아시아에서는 알아주는 노동법을 가지고 있는 나라라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언니의 주장은 계약서 상에 수습기간 중에는 쌍방이 해고, 혹은 퇴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문구는 있지만 일본의 노동법 상 해고의 위험을 지속적으로 알려 당사자가 준비를 할 수 있게끔 해야 하는데 이 단계가 없었고, 자신은 부당해고를 당했기 때문에 수습기간이고 뭐고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이게 될까 싶었지만 일본의 자국민 보호인지는 몰라도 먹혀 들어가서 거액의 피해보상금이 지출되었다. 일본지사 오픈은 APAC 본사인 싱가포르에서 담당을 했는데, 채용한 첫 직원부터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 후에 채용한 일본 직원들은 면접을 5차례나 보게 되었고, 그랬음에도 놀란 마음에 거의 6개월 동안이나 새로운 직원을 뽑지 못하였다.


그녀는 그렇게 해고의 수모를 몇 배로 갚아준 직원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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