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룸메이트)가 생겼습니다
멜입니다.
호텔 격리가 끝난 후, 저는 바로 친구네 집에 들어와 살고 있습니다. 사실 3개월 전,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미리 짐을 모두 옮겨놨던 터라 싱가포르의 세 번째 보금자리에는 큰 어려움 없이 정착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적어도 3개월은 집을 비울 텐데, 그동안의 월세를 내는 것이 많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아예 전에 살던 집을 빼고 집주인 언니네 창고에 짐을 옮겨놨었지요.
사실 친구라고 하기에는 뭐한 사이입니다. 집주인 언니는 제 친구의 가장 친한 동료입니다. 전에 살던 원룸도 친구가 사이트에서 구해줬으니 엄청난 은인이네요. 둘은 아주 친해서 일주일에 두세 번은 꼭 보는 사이여서 같이 노래방도 가고 밥도 먹고 하다 보니 저도 가까워지게 되었어요.
저도 언니도 서로의 첫인상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가끔 어울려 놀았는데, 둘이었던 언니가 혼자가 되면서 큰 집에 혼자 살게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룸메이트를 찾는다는 소식도요. 예전에도 언니 집에 와봤던 적이 있기 때문에 저는 고민 없이 yes를 외쳤습니다. 새 아파트에 좋은 가구들로 가득 채운 집이거든요.
그렇게 저는 월세도 아낄 겸, 길어질 재택근무의 동반자도 만들 겸 언니와 함께 살기로 했습니다. 가족이 아닌 타인과 함께 사는 것은 거의 8년 만이네요. 일주일이 지난 지금에야 겨우 편안하게 잠을 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매일 재택이지만 매끼를 본가에서 밥을 먹는 언니와 매일 회사에 나가지만 집에서 밥을 먹는 저는 마주칠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환상의 룸메이트.
하지만 복병은 있었습니다. 한 달 전만 해도 솔로였던 언니가 화려하게 커플의 세계로 돌아오면서 그녀의 반쪽이 거의 같이 살다시피 하게 된 것이죠. 초등학교 선생님인 그의 수업은 아침 7시에 시작이기 때문에 새벽 6시면 아주 조심스럽게 일어나서 준비를 합니다. 잠귀가 이 정도로 밝을지는 몰랐던 저는 덕분에 6시에 함께 깨서 요가를 시작했습니다. 얼떨결에 아침형 인간으로 돌아간 셈이죠.
언니는 디저트를 참 좋아해서 가끔씩 저에게 이것저것을 권유하는데 매일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 늦게 들어오는 저를 위해 식탁에 메모를 남겨놨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에그타르트와 함께요!
알고 보니 놀라운 한국어 실력의 보유자였던 그녀. 앞으로 한국어도 알려주면서 알콩달콩 친구로 지내렵니다. 앞으로의 동거가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