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음식을 집어서 던지면 복이 온다고?

동남아 화교들의 설날 쇠기

by Mel

싱가포르에서도 구정을 크게 쇠는 편이다. 물론 중국 본토와는 사뭇 다른 전통을 가지고 있지만 말이다. 그중에 오늘은 Yu Sheng (魚生), 광둥어로는 Lo Hei (撈起)이라는 풍습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오늘로 벌써 4번째인데, 아직 익숙해지지는 않았다.

북경에서도, 대만에서도 이런 문화는 보지 못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각종 야채, 튀긴 과자, 그리고 날생선을 샐러드처럼 먹는다는 개념이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하겠지만 더 생소한 것은 재료들을 던지면서 섞는다는 것이다. 정말 사방팔방 다 튀도록 섞는다. 섞다가 서로의 옷에 묻히기도 한다. 그래도 싱글벙글이다.


한자 좀 배워봤다는 분들은 Yu Sheng이 날생선이라는 것을 알 텐데, 중국인 특유의 재치로 또 같은 발음을 가진 余升, 즉 남을 만큼의 여유로움과 부의 상승을 의미한다고 찾아 먹는 것이다. 발음이 같다고 뜻도 통일해버린 기상천외한 로직이다. 휴일은 짧지만 구정은 거의 한 달 동안 계속되기 때문에 Yu Sheng을 먹을 기회는 많다. 즉 한 달간 나의 부와 청춘과 사랑을 위해 비는 것이다. 마음에 든다.

던지느라 바쁜 왼손에 찍기 바쁜 오른손

재료는 높게 올려 던질수록 복, 즉 돈을 많이 가져온다. 재료는 주문을 외우면서 순서를 맞추어 차곡차곡 더하는데, 그냥 전부다 재물복을 기원한다. 일례로 가장 처음에는 날생선을 더하면서 年年有余 (Nian Nian You Yu - 일 년 내내 번창하시라는 뜻)라고 외친다. 한 사람이 선창 하면 다른 사람들이 收到了!(shou dao le), 혹은 发啊! (Huat Ah)라고 외친다. 그렇게 마지막 자두 소스까지 11가지 재료를 던지면서 섞는데 젊음 한 번, 애정 한 번을 빼고 9번을 재물복을 기원한다. 돈이 장땡이라는 열린 사고(?)의 중국인 관습이다.


한국에서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말한다고 했더니 재미가 없단다. 무슨 복을 받는지 정확하게 하나씩 짚어줘야 한다는데, 듣고 보니 너무 밋밋한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만큼 여백의 미를 강조하며 듣는 사람 마음대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 아니겠냐고 했더니 그것 또한 맞다는 나의 친구들.

이왕이면 복이 금괴로 굴러들어 오길 빌면서 나는 황금을 뜻하는 금빛 크래커를 넘칠 만큼 주어먹었다. 손을 높이 들고 마구잡으로 흩뿌리면서 서로의 재물운도 열심히 빌어주었다. 마켓에서 시판하는 가정용 Yu Sheng만 먹다가 회사 찬스로 레스토랑에서 비싼 돈을 주고 먹어봤더니 과연 품질이 다르다. 돈을 들인 만큼 야채에 돈을 더 쏟아부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야채 좋아 - 과자 맛있어 - 단 맛은 짜릿하고 - 스시를 사랑하는 나를 위한 짬뽕밥 같은 존재인 Yu Sheng은 의미부터 맛까지 버릴 것이 없는 동남아 화교들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기회가 있을때마다 열심히 먹어서 나와 그대들의 재물운을 위해 기원해야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싱가포르 설날에는 귤 두 개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