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되는 관계, 금이 되는 관계
멜입니다.
한국을 벗어나면 새롭게 맺는 관계들이 조금 더 피상적이고 소모적이며 빠르게 지나가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아마도 배경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만날 확률이 높은 데다가, 언제 떠날지 모르는 입장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나를 열고 보여주기보다는 당장의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 만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보니, 충분히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서 천천히 관계를 발전시키기보다는 조금이라도 틀어지는 부분이 있으면 멀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외톨이 외노자의 입장에서는 마음이 맞는 친구가 굉장히 절실하지만 괜히 힘 빼면서 쑤시고 다니기보다는 아쉬운 대로 지금의 친구에 만족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 같아요.
최근 급격하게 친해진 친구가 있습니다. 동갑에 유머 코드가 딱 맞는 그 친구는 2달밖에 안됐지만 서로의 공간을 자연스럽게 침범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강변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친구가 '플러스가 되는 관계'에 대해 말을 꺼냈습니다.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친구, 나에게 플러스가 되는 친구가 나는 필요한데 그 남자애는 너처럼 그래 주지 못해서 계속 만날 지 고민이야."
처음 듣는 이야기도 아니었지만 조금 부담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어느 누가 자기의 삶에 마이너스가 되는 사람을 만나려고 하겠냐만은 막상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보니, 너무나 실용적인 관계처럼 들렸거든요. 언젠가 더 이상 이 친구에게 플러스 역할을 하지 못할 때가 온다면 우리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덕분에 돌아오면서 외국에서 알게 된 친구들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나에게 플러스가 되는 친구들이 지금 내 주변에 있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런 친구들도 분명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플러스를 주지 못할 뿐이지 마이너스가 되는 관계 떠올리기 어려웠어요.
비단 외국생활의 특징만은 아니겠지요. 새로운 관계는 피곤함을 동반하기 마련이니 이왕이면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의지할 수 있는 친구였으면 좋겠고, 어려운 고민 상담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으며 우울할 때 찾아가 쉴 수 있는 친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극히 이기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까요.
새로운 관계 적립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남녀노소를 떠나 새로운 사람의 세계로 내가 들어가는 것, 그 사람이 내 생활에 침투하는 것은 신선함을 주는 동시에 스트레스를 불러오니까요. 하지만 과연 관계가 플러스와 마이너스의 양극 관계로만 정립될 수 있을까요? 플러스도 마이너스도 아닌 관계들은 과감하게 버려야 하는 걸까요? 상대방은 나를 플러스로 보는데 나는 상대방이 마이너스로 보인다면, 혹은 반대라면 이 관계는 어디로 가게 될까요? 골치가 아픈 토요일 저녁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