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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싱가포르 사이

천천히 안녕

by Mel

멜입니다.


서울에서 머문 지, 2달이 훌쩍 넘었어요. 만나야 할 사람들을 만나고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도 보았습니다. 오랜 친구가 주는 편안함에 노곤 해져서 집으로 돌아갔던 적도 있고, 뾰족해져 있는 친구 때문에 조금 슬펐던 적도 있지만 대부분은 좋은 만남이었고, 좋은 식사였습니다.


이제는 흩어진 정신을 다잡고 싱가포르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합니다. 엄마 품에서 한 없이 늘어져서 주는 대로 입고받아먹는 좋은 시절은 다 갔고, 타지에서 다시금 스스로 삶을 헤쳐나갈 정신을 준비해서 가야 합니다. 이번에는 거의 3개월을 채우고 돌아가니, 그만큼 힘내어 재미있게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마도요.


외국 생활을 하는 분들은 공감하실 것도 같습니다만, 한국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힘들고 지치는 부분도 있어요. 2주나 한 달 정도면 산뜻하게 리프레쉬하고 돌아왔다 치겠지만, 저와 같이 아예 한 계절을 지내다 보면 외국에 머물었던 시간이 아득해지고, 지금 여기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당연하게 느껴지고는 하거든요. 이러다 돌아가면 외국에 처음 나간 사람처럼 허둥지둥 사는 모습도 보이고, 몸은 싱가포르에 있는데, 마음은 한국에 두고 와서 다른 차원의 향수병이 생기기도 해요.


그래서 싱가포르에 아주 돌아가기 전에 아무도 모르게 천천히 연습을 합니다. 내 빨래는 내가 알아서 하고, 점심도 알아서 챙겨 먹으며 싱가포르에 있는 친구들과도 열심히 연락하여 최대한 흔들림 없이 안착할 준비를 말이죠. 서울과 싱가포르 사이 어딘가에서, 두 나라 모두 4시간 정도 걸리는 홍콩이 될라나요? 무튼 그즈음에서 한 2주 정도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싶은 심정이에요.


가만히 있어도 따뜻한 밥이 나오고 뽀송한 옷가지가 나오는 공간을 벗어나 현실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너무나도 맛있는 크로플이 있는 카페를 떠나 버블티로 만족해야하는 순간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괜히 카페에서 친구를 보내고 크로플을 뒤적 깨적하다가 글을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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