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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 Jan 04. 2022

추천채용, 무작정 좋을까?

추천채용의 명암

멜입니다. 


이번에는 추천채용에 대해 말해보려고 합니다. 해외취업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취업의 한 종류로 추천채용에 대해 이야기를 해본 적이 있는데, 이게 생각보다 강력한 한 방인지라 오늘 조금 더 자세하게 적어보려고 합니다. 


신입일 때는 잘 몰랐지만 경력직이 되고 외국에 나와있으니,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면접 제안이 들어옵니다. 제가 홍콩 스타트업에 있을 때는 당시 면접관이었던 상무님께서 자기 후배가 팀장으로 있는 회사에 저를 추천해주셨어요. 밥과 술을 사주시면서 밤늦게까지 프레젠테이션을 봐주셨던 고마운 분이셨어요. 최근에 본 사모펀드는 고객사에서 추천이 들어왔어요. 담당자가 너무 좋은 사람이어서 아래에서 배우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 주셨죠. 


그렇게 만난 사모펀드 면접관과 친하게 지낸다고 지난 글에 적었는데, 그분이 최근 다른 사모펀드에 면접을 보지 않겠냐고 추천을 해주셨어요. 너무나도 고마운 마음이고 제의였습니다. 저는 이렇게 친한 사람보다는 공적으로 만난 사람들을 통해서 기회를 잡았던 것 같아요. 성격 탓일지는 몰라도, 왠지 주변 사람들에게 이직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히고 다니는 것은 아직 그리 편하지 않거든요. 


여기에는 업계 특성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 경력이 차면 추천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보여요. 제 주변에서도 여러 인연을 통하여 이직에 성공하는 친구들이 종종 있거든요. 학교, 직장, 동호회에서 만난 사람들 등 다양하고 외국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추천채용은 굉장히 자연스러워진 것 같아요. 


몇 년 전에 '원티드'라는 지인 추천 플랫폼의 홍콩지사가 생길 시, 인터뷰를 본 적이 있어요. 역시 추천채용이어서 홍콩의 한 차찬탱에서 이른 아침을 함께 하고 나왔던 기억이 나네요. 공채 입사로 커리어를 시작하였기 때문에 한국은 추천채용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기업이 생길 정도로 추천채용이 유명해지고, 해외지사를 낼 만큼 수익성이 좋다는 이야기에 굉장히 놀랐던 경험이 있어요. 추천채용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마냥 좋아 보이는 추천 채용도 단점이 있습니다. 


1. 더 잘해야 된다. 


추천인이 나를 믿고 추천해준 만큼 부담감이 상당합니다. 내가 정말 가고자 하는 기업이 아닌 경우라도 나의 잘못된 대답과 몸짓 하나가 추천인의 평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무섭거든요. 평소보다 더 잘해야 하고, 더 자연스러워야 하며, 추천인이 나를 왜 추천했는지도 잘 알고 있어야 해요. 저는 면접을 굉장히 편하게 보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추천채용으로 보는 면접은 긴장의 연속이라서 더 많이 떨었어요. 


2. 보고를 해야 한다.


추천을 하고 나면, 추천인은 궁금합니다. 내 원픽이 과연 어느 단계까지 갔는지, 붙었는지 어쨌는지를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책임감을 너무나 느낀 나머지 지속적으로 체크하시는 분들이 계셔요. 나중에는 연봉협상까지 다 공개해야 할 판이더라고요. 굉장히 부담스럽습니다. '처음부터 추천채용을 받지를 말 걸'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 정도로요. 참고로 추천인과 어떻게 아는 사이인지, 친한 지 등을 물어보는 경우도 있어요. 엄청 당황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3. 협상이 어렵다. 


추천인이 만약 나보다 직급도 훨씬 높고 영향력이 큰 사람이라면 협상도 어려워집니다. 위에 잠깐 적었던 홍콩의 추천채용 이직 경험은 사실 그다지 유쾌하지 못했어요. 전혀 다른 산업군의 더 낮은 직급으로의 이직이라고 하지만 연봉이 거의 절반이 깎였거든요. 당시의 저는 파이터여서 얼마든지 더 부딪힐 자신이 있었지만 추천인을 보면서 참을 수밖에 없었어요. '좋은 마음으로 추천해주셨는데 나대지 말아야지'라는 마음가짐이었던 것 같아요. 다행히도 싱가포르 회사에서 바로 오퍼를 받아 연봉은 다시 제자리를 찾았지만 뼈아픈 경험이었습니다. 


4. 퇴사가 어렵다. 


당연히 퇴사도 눈치가 보입니다. 더 좋은 오퍼가 들어왔다고 하여도 추천인의 평판이 있기 때문에 퇴사를 쉽사리 생각하지 못해요.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경우는 더 그렇겠죠. 회사를 그만둘 때에 저는 먼저 추천인과 따로 만나 이유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회사는 바로 ok 했지만 추천인에게 '허락'을 받는 단계가 굉장히 부담스러웠어요. 


이렇듯 추천 채용의 장점은 '추천' 하나로 충분하겠지만 단점은 복잡 미묘하기 때문에 추천 회사에서의 추천인 평판, 그리고 나의 관계도 잘 따져봐야 합니다. 추천이라고 당연히 붙는 것도 아니고, 추천인이 나의 퓨처 커리어를 보장해주지도 않아요. 때문에 추천채용은 경험 삼아 보는 면접은 당연히 아니고, 매 단계마다 부담감이 상당한 것도 사실이에요. 장점이 워낙 크지만 정말 신중히 생각해보고 수락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새해에도 치얼쓰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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