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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 Feb 01. 2022

지옥 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이색 박물관 체험

멜입니다.


연휴 전 주말이라 술렁술렁하던 차에 친구가 Haw Par Villa에 놀러 가자고 하길래 냉큼 예스를 외쳤습니다. 구글 사진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테마 공원 느낌이었는데, 또 이런 느낌을 싫어하지 않는지라 조금 설레기도 했어요. 이때까지는 지옥 박물관에 투어를 간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요.

Haw Par Villa는 싱가포르 남서쪽에 위치하여 접근성이 그다지 뛰어나지는 않지만, 바로 근처인 Pasir Panjang에 유명한 IT기업들과 제약회사가 위치하고 있어 몇 번 들어본 적이 있는 그런 동네였어요. 우기라 그런지 열심히 가는 도중에 또 갑자기 폭우가 시작되어 쓸모없는 걱정도 했더랬지요. 다행히 빗줄기는 줄어들었고, 흠뻑 젖을 비는 아니기에 일단 출발했습니다.


이 공원은 그 유명한 타이거밤을 발명한 중국의 한의사의 아들이 아우를 위해 만든 곳으로 이전에 타이거 밤 가든으로 불렸다고 합니다. 중국 신화를 교육할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지금의 테마는 사후세계와 지옥입니다. 함께한 친구들도 아주 어렸을 적에만 가봤는데 최근에 리모델링을 했다고 하여 이참에 방문하였지요.

사실 우리는 리모델링을 보러 간 것이지, 지옥 박물관이 있는지 몰랐어요. 사람들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지옥 박물관, 말 그대로 헬 게이트가 나왔어요. 18불의 입장료에 조금 놀랐지만 가이드 투어가 있다는 말에 얼른 들어가 보았습니다. 죽음은 일상생활에서 타부로 여겨져 쉽게 논할 수 있는 토픽이 아니어서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조로아스터교로 시작한 유일신앙에 대한 내용, 힌두교에서 불교로 이어지는 윤회사상과 도교 등 세계 각국의 종교와 세계관, 그리고 사후세계에 대한 시각을 그림으로 설명해주고 있었어요. 박물관 자체는 크지 않지만 열정적인 가이드와 함께하니 재미가 배가 되었지요. 특히 싱가포르의 좁은 면적으로 이제는 초추캉을 제외하고는 매장은 불가하며 모든 시체는 화장하는 것이 법으로 제정되어 있다고 해요. 매장한다고 하여도 15년 이후에는 시신을 수습하여 다음 사람(?)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을 들으니 한국이 굉장히 넓게 느껴졌어요.

지옥 박물관의 하이라이트는 10개 지옥입니다. 이미 신과 함께에서 7 지옥을 잘 묘사했기 때문에 아주 익숙한 지옥들의 내용이었지만 정말 잔혹하고 사실적으로 인형들을 묘사해놓아 몸서리치게 만들었어요. 지옥마다 심판하는 죄와 해당하는 벌이 설명되어 있었는데 끓는 물에 튀겨지는 사람, 혀가 뽑히는 사람, 두 동강이 나는 사람 등 정말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형벌이 기록되어 있었어요.

애초에 지옥 박물관을 기획한 의도가 '교육' 목적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지옥을 간접적으로 경험하여 좋은 일을 많이 하고 덕을 쌓아 사후에 굴레를 끊고 황금 다리를 건너 극락에 가도록 권장했다고 하니 이해는 가지만 아이들이 보기에는 너무 잔혹한 감이 없지는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재미있는 경험이었고, 색다른 경험을 위한 분들에게 추천할 만합니다. 특히 싱가포르는 아파트 단지 아래에 있는 공터에서 장례식을 치르기 때문에 삶과 죽음이 이상하리만큼 매끄럽게 이어지는 동네라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시간이었어요. 다른 건 모르겠고 음식을 남기면 팔다리가 끊어지는 형벌에 처한다니 오늘부터 잔반은 뱃속에 넣는 것으로!


치얼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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