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el Mar 04. 2022

매니저님은 업력이 얼마나 됐어요?

세일즈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멜입니다.


이름 아침, 잠재 고객사와 긴 미팅 후에 서로 피드백을 갖는 중이었어요. 여러 가지 자산군과 기능들에 대해 한참 설명을 한 터라 기진맥진해져 있는데 차장님께서 묵직하게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매니저님은 업력이 얼마나 되셨길래 이렇게 잘 아세요?"


업력이 얼마나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은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이지만, 칭찬과 섞어서 하는 질문은 오랜만이었기에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여기에서 중요한 부분은 몇 년의 업력이 아니라 '이렇게 잘 아세요'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긍정하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제가 커버하고 있는 사모시장은 주식, 채권 등의 공모시장에 비해 정보 공개가 거의 되지 않는 시장입니다.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데이터가 실제 자금보다 더 높은 가격에 거래가 되는 시장이라고도 하더라고요. 개인 투자자는 접근이 무척 어렵다 보니까 제가 만나는 분들도 거의 기관 투자자와 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각종 에이전시들입니다. 


투자를 하는 입장도 아니오, 그들에게 자문을 드리는 에이전시는 더더욱 아닌, 데이터를 제공하는 저로서는 그들이 어떻게 투자 심사를 거쳐서 실제 출자를 임하는지는 책으로만 배웠습니다. 제가 잘 아는 것은 나의 데이터 구조, 플랫폼 기능, 그리고 그들의 투자 단계의 어느 부분에서 이러한 정보들이 귀중하게 쓰일 수 있는지 정도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부동산 펀드에 투자를 해오신 분 입장에서는 사모주식과 사모채권을 이리저리 말씀드리는 제가 신기할 수 있지만 저는 딱 거기까지입니다. 이 이상으로 들어가면 알지도 못하고, 사실 알 필요도 없는 데이터 세일즈입니다. 


내가 팔고 있는 서비스와 상품에 대한 이해는 좋은 세일즈가 되기 위한 첫 번째 단계이고, 그것을 잘 포장하여 그럴듯하게 보이게끔 하는 것은 두 번째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년 동안 저는 이 두 단계를 무던히도 연습했고, 이제는 어느 정도 경지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다음 단계입니다. 잔뼈 굵은 이 기관투자자들과 말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 그들 과사모 투자와 관련된 대화를 이어나갈 지식과 관심이 있다는 것은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지 않고서는 획득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문맥을 이해해야 하고, 현재 시장 트렌드를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어야 하며, 현재 이 기관이 투자 포인트가 어디에 있는지와 같은 정보들이 기본에 있어야 매끄럽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에 그래서 각자 관련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공부를 하는 것 같아요. 저도 지난 2년 동안 관련 자격증 획득을 위해서 공부를 이어갔고 작년 말에 드디어 끝내게 되었어요. 물론 공부한 것들이 모두 머리에 들어있는 것은 당연히! 아니에요. 다만, 용어들이 생소하지 않고, 서로의 관계에 대해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하고 있으며 내가 공부했던 내용인 경우 어디에서 다시 찾아볼 수 있는지 알고 있는 딱 그 정도? 


프론트에서 직접 자금을 굴리는 입장이 아니기에 오는 현타와 한계들도 있지만, 오히려 시장 전체를 보는 관망자의 입장에서 큰 그림 위주로 보는 것 같아 굉장히 재미있는 생각도 듭니다. C 레벨의 매니지먼트와의 미팅도 흥미롭고 그분들의 투자 철학은 돈 주고도 듣지 못하는 강의와도 같을 때가 많아요. 


저는 지금 공항입니다. 한국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비공식적인 미팅은 제법 많이 가졌지만, 회사 돈으로 가는 공식 출장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다양한 분들과 다양한 어젠다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결국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연금을, 퇴직금을, 세금을 굴리기 때문에 그들을 위해서 더 좋은 데이터로 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정신 승리를 하고 싶습니다. 


한바탕 미팅을 끝내고 나면 다시 한번 감회를 적어보도록 할게요.


치얼쓰! 

매거진의 이전글 국외자 투표는 완료가 되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