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똑같은 카야잼이 아니다.
싱가포르에 온 지 3주 차, 움츠려 있던 어깨를 펴고 조금씩 카야의 권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글 이후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바로 '카야잼의 색깔'이다.
https://brunch.co.kr/@melmel/16
Q. 왜 사진의 카야잼은 연두색이에요? 제가 먹었던 건 연한 커피색이었는데.
Q. 제가 먹었던 건 카야잼이 아니었던가요? 토스트 박스에서 카야토스트 시켰는데?
미지근하게 대답을 했지만 카야잼 마스터가 되기 위해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갈 부분, 카야 토스트에 평생 중독되어 살고 있는 싱가포리언 동료에게 귀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카야잼은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하이난니즈 카야잼: 일전에 말했던 대로 카야잼의 원조. 캐러멜을 주원료로 만든 잼으로 판단 잎 무첨가다.
논야 카야잼: 캐러멜 대신 판단 잎으로 향을 낸 잼이고 나는 이 잼을 애정 한다.
토스트 박스에서는 하이난 카야잼을 사용하고 야쿤 토스트에서는 논야 카야잼을 사용한다고 한다. 물론 다른 종류의 잼도 팔지만 디폴트는 둘이 다른 셈이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나는 토스트 박스에는 가지 않는다. 미안. 케바케겠지만 호커센터에서 파는 1달러짜리 카야토스트는 거의 하이난 식 카야잼을 사용하는 듯하다. 이번 주 아침으로 몇 군데를 다니다가 논야 카야잼을 사용하는 곳을 발견하지 못하여 일단 호커센터는 놔두기로 했다.
자, 그럼 로컬 피플들이 가장 애정 하는 카야토스트 집은 어디일까? 왜 그렇지 않은가. 외국인들한테만 유명한 브랜드가 있을 테고 로컬들이 애정 하는 브랜드가 따로 있고.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었다. 그대들도 그랬겠지.
김이 팍 샜지만 그들도 야쿤 토스트를 애정 한다. 이번 주에 물어봤던 5 명의 싱가포르 토종들은 나에게 한결같이 야쿤 토스트를 제일로 꼽았다. 카야 토스트 중독자 1은 자신의 카야잼 원정기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야쿤 토스트가 이렇게 유명하지 않았어. 그래서 어느 지점을 가도 나름 통일된 바삭함과 잼의 양을 기대할 수 있었지. 그런데 어느 순간 야쿤이 변했어. 빵이 탄 곳도 생기고 잼을 조금만 넣는 곳도 생겼지. 한국의 야쿤 토스트처럼 말이야! 다른 지점들도 다 먹어봤지만 나는 무조건 원조로 가. 라오파삭에 있었지만 지금은 차이나타운으로 옮겼어."
깊은 곳에서 우러 나오는 존경심. 너 이자식, 나보다 많이 어리지만 내 친구가 되어주겠니? 다음주에 꼭 가자!
그럼 그것도 아시는가? 창이공항에 있는 야쿤 토스트 - 여행객들 동전 털이 찬스의 마지막 장소. 비행시간 30분 남기고도 줄 서서 기어코 먹었던 그 야쿤 토스트.
하지만 맛으로만 따지자면 별로다. 혹시나 하여 steamed one (찐빵같이 촉촉 두꺼운 빵 사이에 카야잼만 넣어준다) 도 먹어봤는데 정말 별로였다. 어제 만난 창이공항 경영전략실 친구에게 그 이유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입국 심사 후 창이공항 내에서는 불을 사용할 수 없어. 그래서 토스트를 바싹하게 굽는 것도, 수란의 품질을 맞추는 것도 다 엉망진창이야. 이제 여기 사니까 공항에서 먹지 말고 차이나타운가 :)
그랬던 것이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에 무릎을 탁 치며 오늘도 카야 마스터를 향한 나의 원정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