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았다. 드디어 너
홍콩 카야 토스트의 감격을 재현하기 위한 나의 노력은 이번 주에도 계속되었다.
글 거리가 없다는 좋은 명분으로 일단 눈에 띄는 카야 토스트는 죄다 먹어본 것 같다. 그리고 바로 깨달았다. 카야의 세계는 오묘하고도 깊다.
동료의 추천으로 부리나케 뛰어간 지하철 역 와플집. 지하철역에 맛있는 와플집이 있는 건 세계 공통인가? 하지만 바로 이전 글에서 카야는 옅은 갈색이나 녹색이라고 해놓고 주황색 카야잼을 발견했을 때 나는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갈색도 녹색도 아닌 주황색은 그럼 뭐가 들어간 거야? 당황했지만 맛이 또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서 조금 분했다. Raffle Place 지하철역에 있는 바로 이 집 되시겠다. 발음도 어려워 자꾸 목소리를 줄이게 되는
정확한 맛 판정을 위해 점심을 배불리 먹고 달려왔더랬다. 배 불리려고 먹기엔 카야의 맛은 고급지다.
단 돈 2.2원. 나는 당연히 Kaya 와플을 시켰다. 그리고 약 5분 후 주황색 카야잼 와플을 받아 들고 흥얼거리며 사무실로 올라왔다.
카야토스트의 사진은 찍지 못했다. 색에 충격, 맛에 충격, 그 양에 충격. 쓰리 콤보 충격으로 의식없아 먹어버렸기 때문이다. 사람 구한다는 간판 보이시는가? 스파이처럼 잠입해서 도대체 주황색 카야는 무엇인가 파헤쳐야겠는데 말이지.
이 집은 카야잼도 특별하지만 와플이 흥미롭다. 쫄깃한 벨기에 와플 스타일인데 정말 쫄깃하고 촉촉해서 거의 풀빵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촉촉하다.
마치 뺨에 착 갖다 대면 쭈왁 하고 붙을 것 같단 말이지. 그래도 내 스타일이라고 말하기엔 판단 잎의 향이 미미했다. 마치 어제 뿌린 향수 냄새 같이 나는 판단 향은 나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옆에서 꿍얼거리니 또 다른 카야 고수가 말했다.
진짜 카야 토스트가 먹고 싶으면 에어컨도 깨끗함도 포기해. 집 근처에 정말 오래된 것 같은 가게가 있으면 그게 맛집이야.
그리고 돌아온 일요일. 월요병을 먼저 이겨보고자 집 근처에 눈여겨봤던 카야토스트 집에 갔다.
여느 때와 같이 커피 or 차가 먼저 나왔고 토스트가 구워지는 시간을 기다렸다.
그냥 티를 마시고 싶었지만 밀크티를 내어 주길래 그냥 군말 없이 마셨다. 그리고 또잉? 이게 이렇게 맛있었나?
반 정도 마시는 찰나 벨이 땡땡 울렸다.
이윽고 등장한 토스트 무더기. 맛만 보겠다고 저녁을 먹고 갔음에도 혹시나 해서 두 개를 시켰다. 하나 시켰다가 모자라면 화가 나니까.
빵은 적당히 노릇노릇 태워졌고 버터는 신선하면서 짭짤했으며 판단 잼은 아주 적당량으로 발라져 있었다. 이 잼의 양 조절이 정말 중요한데 말이지. 적게 주면 맛도 정도 없고 그렇다고 많이 주면 물러져 버터의 짭짤 고소함과 빵의 바삭함이 변색된다.
하지만 이 집 주인장은 뭐든지 적당한 것이 정도임을 아는 사람이었고, 무심코 툭 던진 카야 토스트에 나는 심장을 후두려 맞고 순식간에 해치웠다.
반숙을 시키지 않은 나를 탓하면서 곧 떠날 동네이지만 떠나도 이 카야 토스트를 먹으러 꼭 다시 와야 한다고 조용히 되새기며 집으로 돌아왔다.
이럴 줄 알았음 처음 봤을 때 일단 입에 넣고 볼걸. 떠나갈 때 알아버렸네.
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