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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백일상을 차리며

백일이 뭐라고 이렇게 흐뭇해?

by Mel

멜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노트북을 켰고, 그보다 더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왔습니다. 반가운 분들의 댓글도 보이고, 눈팅만 했던 작가님들의 업데이트도 확인하느라 즐거운 오후를 보냈네요. 1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결혼과 임신, 출산과 육아를 쉴 새 없이 이어온 터라 마음의 여유가 조금은 부족했는데 참 보람찬 오후입니다.


제 아들은 엄마의 바람대로 눈은 엄마를, 나머지는 아빠를 닮았어요. 아직까지는 큰 이슈없이 매일 새로운 모습으로 건강하게 잘 자라며 엄마를 지루하지 않게 해주고 있습니다. 직장생활 10년을 꽉 채우고 찾아온 육아휴직이 낯설지 알았는데 누구보다 빠르게 적응하여 이제 회사가 잘 생각나지도 않을 정도가 되어버렸어요.


7-8시 사이 아이가 일어나면 후다닥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을 나가 출근하는 사람들을 구경합니다. 집에만 있는 아이가 지루할까 봐도 있지만 저를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불편한 옷으로 빼입고 출근하는 직장인들을 바라보면 아직 두둑이 남은 육아휴직과 화장을 언제 했는지 기억도 안나는 저의 내추럴한 모습이 흐뭇해지거든요.


간간히 오는 회사 사람들의 안부연락은 참으로 반갑습니다. 아직 내 자리는 잘 있는지, 이번 분기 실적은 어떠했는지, 누가 잘릴 것 같다는 둥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놀랍게도 재미가 있습니다. 내 이야기가 아니면 다 재미있는 거겠지요. 매일 같은 것을 보여줘도 처음 보는 것처럼 웃어주는 아이와는 달리 속세에 절어버린 저는 자극이 필요합니다.


신생아 시기를 거쳐 이제 백일. 아이와 함께할 앞으로의 인생에 비하면 개미눈꼽같이 짧은 기간이지만 아이와 백일동안 건강하게 잘 지냈음에 감사하고 올해까지 계속될 나의 육아휴직에 감사하며 이번 글을 마칩니다.


치얼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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