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하고 싶은 일을 향한 여정
먹고 살려면 돈이 필요하고, 돈을 벌며 전문성도 키우기 위해 나는 콘텐츠 기획 분야 취업을 목표로 달려왔다. 그런데 왜 "음악"이라는 단어에 갑자기 가슴이 뜨거워졌는지 모른다.
[취업, 그리고 음악]
미국 인턴십을 떠나기 두 달 전, 1학년 때부터 따르던 교수님을 찾아뵈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경험, 취업 스펙을 쌓기 위해 생활한 아기상어 핑크퐁 기업, 영상 제작 기업, 미술관 도슨트 등에서의 인턴십, 그리고 미국에서의 인턴 계획까지 근황을 전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교수님은 한참 동안 듣고 나서 조용히 입을 여셨다.
"멜로그야, 그럼 음악은?"
그 한마디에 갑자기 심장이 뜨거워졌다. '음악? 내가 평생의 깊은 취미로만 간직하려던 음악을 물으신다고?' 교수님은 1학년 때 가요제에서 노래하던 내 모습이 강렬히 기억에 남았다며, 왜 잘하는 음악을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느냐고 물으셨다.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나는 음악은 좋아하는 일이고, 기획 직무는 먹고 살기 위한 직업적 커리어라고 여겼다. 음악은 단순한 취미가 아닌 내 인생의 깊은 취미로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20살 때부터 좋은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15개 이상의 대외 활동을 해왔다.
내가 선택한 기획 직무는 현실적으로 돈을 벌 수 있고, 동시에 내가 흥미를 느끼는 일이었다. 안정된 회사원이 되면 그때는 노래를 만들고, 공연도 하리라 결심했었다.
하지만 이번 미국 인턴은 내가 원하던 직무가 아니었다. 그래서 어차피 1년이라는 시간을 다녀올 거라면 그 시간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보고 싶었다.
'돈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
답은 '음악'이었다. 지금 하지 않으면 10년 뒤 후회할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미국 인턴의 기회를 놓아줬다.
[사실 나 자신에게 선언하다.]
교수님과의 대화 끝에 밖으로 나온 나는 들뜬 마음으로 아빠께 전화를 걸었다.
"심지어 교수님이 보시기에도 가능성이 있나 봐. 아빠 나 딱 1년만 음악 해볼게. 대신 취업을 위해 돌아올 길은 미리 준비해 놓았으니, 걱정은 말고. 1년 뒤에도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을 자신 있어."
파워 J인 나는 그렇게 플랜 A, B를 준비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사실 이 통화는 허락을 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스스로 선택하며 알아서 살아왔기에, 이 통화는 사실 나 자신에게 선언을 외치는 것이었다. 전화를 끊고, 같은 얘기를 엄마께도 전했다.
음악으로 유명해져서 성공하고 싶다는 욕심보다는, 삶에서 온전히 음악을 1순위로 두고 살아보고 싶었다. 지금 돌아보면, 나는 음악 그 자체를 사랑했던 것 같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먹고 사는 문제와 가족을 책임져야 할 것 같다는 이유로, 돈이 안 되는 음악을 그 이상으로 바라볼 생각도, 바라봐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일]
어릴 때부터 노래를 좋아했다. 동요 대회나 초·중·고 가요제를 나가 상도 많이 탔다. 하지만 한 번도 음악을 업으로 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자기 계발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늘 회고하며, 무슨 일이든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그렇게 사회에서 얘기하는 학생의 본분을 지키고, 집안의 맏딸이자 장녀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매년 실장을 맡고, 국회의원상을 받을 정도로 성적을 유지했다. 이 또한 내가 좋아서 한 일이다.
다만 하루 빨리 하고 싶던 것이 있다. 좋은 대학을 가고 싶었다. 지방에서의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동아리 활동도 대학 입시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우선으로 삼았다. 하지만 단 5% 정도라도, 음악은 함께 하고 싶었기에, 한 달에 딱 한 번은 음악 동아리에 나갔다. 그 정도는 스스로 합리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 딱 1년]
월세와 생활비를 충당할 정도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나머지 시간은 회사원처럼 음악에 몰두하기로 했다. 하루 2시간은 작사, 2시간은 보컬 연습, 2시간은 음악 작업 도구툴 배우기 등. 계획을 완벽히 세웠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계획이 무산되었다. 해보고 싶었던 버스킹도, 사람들과의 음악 작업도, 미리 구해둔 아르바이트도 모두 중지되었다.
늘 플랜 A, B를 갖고 있는 나였지만, 이렇게까지 모든 계획이 무산된 것은 처음이었다.
(2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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