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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선청춘 Feb 13. 2016

그것은 사이렌의 소리였다

Singers Unlimited - The More I See You

비가 오는 날, 업무 차 약속이 있어 인천대교에 다녀왔다. 그 덕에 모처럼 혼자만의 드라이브를 할 수 있었다. 봄을 기대하게만드는 따뜻한 비로 인해 도로에 안개가 짙었는데 그 분위기가 참 좋았다. 앞 차가 만들어 내는 물보라까지좋았다. 나는 어지간한 폭우가 아니면 운전할 때 비를 그리 두려워하지 않는다. 게다가 인천대교까지 가는 길은 이용료가 비싸서 그렇지 운전의 즐거움을 느끼기에는 아주 좋다. 100여미터 앞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자욱했기에 다리를 건널 때도 바다를 볼 수 없었다. 그래서 구름 속을 달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자동차운전사가 아닌 비행기 조종사였다.


그래서일까? 인천 공항 표지판을 보는 순간 목적지를 바꿔 공항으로달려가 비행기를 타고 싶었다. 비행기를 타고 구름 위로 올라가면 순수한 공기로 가득한 맑은 하늘이 보이리라. 그 위에서 아래를 보고 싶었다. 그러면 아마도 어떤 해탈의 느낌을받을 것 같았다. 구름 위는 이리 평온한데 저 아래에서 비를 맞으며 다들 뭐 하는 것일까? 하는 식의. 물론 나는 공항으로 가지 않았다. 음악으로 지상에서의 운전에 만족했다.


이런저런 음악을 들었다. 앙리 텍시에의 새 앨범, 로니 스미스의 새 앨범, 찰스 로이드의 새 앨범 등을 듣다가 요즈음부쩍 자주 듣는 싱어즈 언리미티드의 “The More I See You”를 들었다. 이 곡을 들으면 나는 하늘에 붕 뜬 듯한 느낌을 받는다. 남녀의어우러짐이 만들어 낸 평화로운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 하나가 도드라지지 않은 공존의 소리가 편재(遍在)의 느낌을 주고 그것이 다시 부유하는 듯한 느낌으로 이어진 것이리라.


하긴 매일 보면 볼수록 깊어지는 사랑에 빠진 사람의 세상은 언제나 맑음이 아니던가? 사랑에 빠진 순간만큼은 한 없이 너그러우며 상대를 위해 나를 기꺼이 희생할 생각을 품게 되지 않던가? 그런 사람에게는 땅이 곧 하늘일 것이다.


몽환적이기까지 한 이 남녀혼성 보컬 곡은 악셀을 꾹 밟게 만들었다. 조금만오른 발에 힘을 주면 차가 하늘을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멀리 당신은 볼수록 매력이야라며 나를 부르는 소리. 남녀가 어우러진 소리가 아니라 남성도 여성도 아닌 소리. 그것은 안개 뒤에 감추어진 바다에서 들리는 사이렌의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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