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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밍 Dec 20. 2019

정신병이 아닌 정신질병

불안장애 환자의 바람

 정신병, 정신병원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혹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불안장애 이전의 정신병에 대한 나의 생각은 '미쳐있는', '정신없는'이라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나의 가감 없는 솔직한 표현이다. 주변 지인에게 물어보아도 정신병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정신병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었던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혹시 어렸을 때, '언덕 위에 하얀 집은 위험한 곳이야'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여기서 언덕 위에 하얀 집은 정신병원을 가리켰고 나에게 아무 이유 없이 위험한 곳이라는 이미지로 각인되어 왔다. 그렇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정신병원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심어져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불안장애를 경험한 이후의 정신질병에 대한 나의 인식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정신질병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질병이고 치료하기 가장 어렵고 무서운 질병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초기 진료가 빠를수록 회복을 빨리 할 수 있는 질병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정신과를 가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지금 사회에서 정신질병, 정신과에 대해서 바라보는 시각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다행히도 이해하는 사람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 말은 즉 전반적으로 정신질병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현실의 모습이기도 하다. 뉴스 기사에 보면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보이는 연예인들의 정신질병으로 인한 자살 소식들도 접하고 있다. 이렇듯 정신질병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고 무서운 질병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아직도 정신질병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다. 정신질병에 걸렸다고 나약한 사람이라는 딱지가 붙는 사회의 모습을 이곳저곳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다. 정신질병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절대 나약하다는 말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원인에 대해 찾아내기 어렵고 치료방법 또한 쉽지 않다. 약을 먹는다고 전부 해결되는 질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적으로 자신의 생각에 대한 변화가 있어야 치료가 되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생각을 변화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정신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나약한 것이 아니라 치료하기 위해 정말 노력하고 있는 강인한 사람이라는 인식으로 변화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나는 정신병이라는 말 대신 정신질병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어떤 느낌이 드는가? 정신병이라는 말보다는 정신질병이라고 표현하면 질병이라는 단어에  더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가? 정신질병에 대해 좀 더 친화적으로 들리지는 않겠지만 부정적으로 느껴지지 않지 않는가? 정신질병 인식에 대한 변화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이길래 내가 이토록 단어까지 바꿔가면서 강조하고 있는 것인가?

 첫 번째로 보통의 사람들은 초기 치료가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정신과를 방문하는 것을 망설인다는 것이다. 또한 정신과를 다닌다는 것을 숨기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인식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일본에서는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가듯이 정신질병에 걸리면 병원을 가야 한다는 캠페인을 했었다. 그만큼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정신병원에 가는 환자가 망설임 없이 병원을 갈 수 있게 된 좋은 캠페인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정신과를 가는 사람의 수는 감소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정신병을 감기처럼 쉬운 병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조금 지나면 나아지는 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일본에서는 감기에 비유했던 캠페인을 중단했다. 정신질병은 무겁고 위험한 병이기에 병원에 방문하라는 캠페인이었지만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것을 막고자 캠페인을 중단했다. 그렇다. 정신질병은 병원에 반드시 방문해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망설이는 시간만큼 환자의 고통은 배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정신질병에 걸린다고 나약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불편한 인식 등 극복하는 환자의 또 다른 걸림돌이 된다. 이런 인식들로 하여금 극복해하는 요소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인식만 바뀐다면 환자가 정신질병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정신질병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당당하게 극복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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