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장애 환자의 일상
의사 선생님 : 지난 한 주간은 어떻게 지냈어요?
나 : 생각보다 즐겁게 지냈습니다. 가끔은 불안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의사 선생님 : 무엇이 그렇게 불안을 가져오는 것 같아요?
나 : 사실 저는 직업에 대해 회피하고 싶다는 마음이 큰 것 같습니다.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고요. 다른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크고요. 사실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1년 죽어라 열심히 하면 무슨 일이든지 잘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생략)
의사 선생님 : 음. 다른 일이라.... 제가 지금까지 상담했던 xx 씨는 자신을 존중하지 않아 보여요.
나 : 네? 그게 무슨 말이죠? 자신을 존중 안 한다니..
의사 선생님 : 다시 말해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존중을 하지 않는 것 같아요. xx 씨 지금 하는 일이 뭐라고 하셨죠?
나 : 프로그래머입니다. 앱 개발자요.
의사 선생님 : 그럼 그 직업이 되기 위해서 대학교 내내 공부했을 것이고 지금 회사에서도 차근차근 경력을 쌓았는데 말이죠. 근데 그 일을 접고 다른 적성이 맞는 일을 찾는다구요? 과연 적성에 맞는 것이 일이 되었을 때도 즐거울까요?
나 : 제 생각은 일을 하면서 즐겁게 한다는 것은 분명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의사 선생님 : xx 씨는 굉장히 이상적인 상황을 꿈꾸고 있는 것 같아요. 제 직업이 의사지만 제가 적성이 맞는 것 같아 보여요? 사실 저는 춤추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답니다. 그래서 퇴근하면 춤을 춘답니다. 제 적성은 춤추는 게 맞아요. 그렇다고 제가 정신과 의사를 그만두고 춤을 춘다면? 아마 빈털터리가 되었을 겁니다.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서 1년 동안 열심히 해서 최고가 될 생각이라면서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더 열심히 한다면 그 분야에서 더 빨리 최고가 될 수 있지 않아요? 이미 그 분야에서 돈을 받고 일을 하고 있지 않나요? 왜 본인이 하는 일을 존중하지 않아요?
나 : 그렇긴 한데 미래 10년을 보았을 때 이 직업으로 돈을 벌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거든요. 아.. 미래에 대한 걱정은 안 하려고 노력하는 중인데 어쩔 수 없이 계속하게 되네요..
의사 선생님 :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안 할 수가 없죠. 미래에 대해서 걱정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렇지만 불안할 정 도로고 걱정하는 것은 문제가 되는 것이고요. xx 씨. 본인의 일에 대해 존중을 해보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세요. 그 일이 정말 10년 후에 앞이 보이지 않는지. 제가 보기엔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거든요. 그렇게 1주일 정도 생각을 해보고 난 뒤에 다시 상담하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나 : 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