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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밍 Jan 28. 2020

빨간불, 노란불 그리고 초록불

#직장인 7년 차의 불안장애 극복기

 길을 건널 수 있는 초록불
 길을 건널지 말지 고민하게 만드는 노란불
 길을 건널 수 없는 빨간불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신호등이다. 누구나 빨간불이면 멈춰야 한다는 것을, 초록불이면 건널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노란불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노란불이면 다음 신호를 기다리라는 표현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뛰어서 건너려고 하는 사람도 있고 다음 신호를 위해 기다리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의 7년 차 직장인 모습은 노란불의 상태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것 같다. 나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나아갈 수 없었던 상태였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나는 나아가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을까? 그렇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내 마음 한 켠에는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또 다른 한 켠에는 체력이 없다는 핑계로 멈추고 싶은 마음이 공존하고 있었던 것 같다. 누구에게나 슬럼프가 다가올 때가 있다. 직장인 같은 경우에는 3년 차, 6년 차, 9년 차.. 3년마다 슬럼프가 온다는 속설이 있다. 나 또한 피해 갈 수 없었다. 3년 차에 슬럼프가 온 것은 아니었지만 정확히 4년 차의 슬럼프가 찾아왔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고 항상 제자리인 나의 모습이 너무나도 싫었다. 매 순간들이 그랬다. 그런 순간들이 반복되면서 나는 지쳐만 갔고 더 이상 길을 건널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렇게 반복하기를 3년. 결국 나의 상태는 빨간불이 들어왔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아니 멈춰야만 하는 불안장애 환자 신세가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노란불일 때 기다렸던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뛰어서 건넜던 사람이었을까? 후자인 것 같다. 다음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보다 조금 더 빨리 앞으로 나아가고 싶었다. 그 말은 즉슨, 남들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길 원했고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 했다. 그때는 몰랐다. 그렇게 뛰어가면 갈수록 빨간불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한 번의 멈춤이 내 직장 생활에 있어서 얼마나 피해를 입을까? 7년 동안 쌓았던 이미지, 평가, 진급 등을 망쳐버릴 만큼의 큰 피해일까? 이 정도의 피해를 각오하고 내가 멈출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휴직이었다. 그 덕분에 다시 초록불의 상태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지금은 말이다. 앞으로의 나의 직장생활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지만 현재 나의 상태가 좋으니 괜찮다는 말로 나 자신을 위로하고 있다. 그리고 '한 번의 멈춤은 나의 직장생활에 큰 피해가 되지 않았다. 결국 빨간불이었던 나의 상태가 어느 순간 다시 초록불로 돌아왔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라는 결말이 내 글의 끝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불안장애, 공황장애, 우울증 등을 경험하고 있다면 분명 멈추라는 신호일 것이다. 그러나 이를 방치하거나 멈추지 않는다면 거대한 벽에 부딪히는 경험을 할 것이다. 결국 만신창이가 되어서야 멈출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회복할 수 있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상태로 돌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난관에서 극복하는 방법을 수백 번 아니 수천번 반복하면서 살아왔을 것이다. 시험이라는 난관에 부딪히고, 입시라는 난관에 부딪히고, 취업이라는 난관에 부딪힌다. 사람은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난관을 극복해 나가며 성장하는 것 같다. 지금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반복된 훈련의 성과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러한 훈련에도 불구하고 불안장애 환자에서 일어서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벽이 높은 난관이었고 나를 바닥까지 내몰았던 힘든 경험이었다.

 불안장애를 경험하면서 나는 더이상 앞으로 나의 삶이  나아질 수 없을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한마디로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고 해야 할까.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않은 체 3달의 휴식을 통해 재충전하게 되었고 불안을 이겨낼  있는 힘이 생겼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올  같지 않았던 행복한 시절로 되돌아와있다. 불안하고 우울하다면 잠깐 쉬어가는 것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신호등에는 멈추라고 알려주는 빨간불, 경고를 알리는 노란불, 앞으로 나아가라는 초록불이 꺼지지 않고 계속 반복한다. 마치 내 인생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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