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발견
작년 겨울, 서울로 이사를 했다.
이곳에서 살기로 결정한 이유는 어느 방향이든 걸어서 서울구경을 할 수 있어서다.
서울이지만 서울 같지 않은, 대도시를 떠올리면 연상되는 그런 이미지가 없어서다.
평생 아파트에서 살아온 내 눈엔 모든 것이 달라 보였다. 마음이 '여기다!'라고 외치는 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그렇게 걸어서 서울 구경을 할 기회를 잡았다. 목적지를 가기 위해 버스 창밖으로 보던 곳을, 언젠간 가봐야지 하던 곳을 가까이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봄이 오고 한낮은 이제 여름의 모습을 보여준다.
근사한 곳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지도를 검색하니 버스로 40여분 걸리는 곳이다.
'그럼 걸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걷기 딱 좋은 화창한 날씨다.
남산에서 한남동까지 걸어보기로 했다.
해방촌을 향해 걷다 남산 산책로로 들어선다.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지만 조깅하는 사람, 산책하는 사람, 여행객도 제법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서울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여행하는 기분도 든다.
남산 주변 동네를 걷노라면 미로 속에 있는 느낌을 준다. 마치 내가 탐험가가 된 것 같다. 좁은 길이 여러 갈래로 나있고 어느 길로 갈 건지 선택을 요구한다. 나는 새로운 길을 찾을 요량으로 산책을 한다. 목적지는 같지만 다른 길을 택하면서 보이는 서울의 이면의 모습. 이런 즐거움을 주는 동네라서 좋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이런 계단들이 등장한다. 경사가 급한 곳에 지어진 건물들이 멀리까지 펼쳐진다. 평생을 평지에 지어진 아파트에서만 살아본 나로선 색다른 풍경이다. 경험상 서울은 평지가 드물다. 특히 북쪽은 더 그런 것 같다. 땅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위에 집을 짓고 살아온 사람들을 상상해 본다. 서울의 인생이 담긴 진짜 모습을 본 것 같다.
하얏트 호텔까지 왔다. 옆 골목으로 들어서면 대사관 건물이 즐비했다. 여기는 처음 와보는 곳이다. TV에서 보던 고급 주택가, 집집마다 CCTV가 달려있고 나는 찍힌다. 이곳에 살지 않으면 올 일이 없는 곳. 하지만 지도 앱이 이 골목을 가리켜 나는 걷고 있다.
그렇게 지도를 따라 걷다 보니 이태원에 다다랐다. 익숙한 풍경이 보이자 안심이 된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 이곳을 들렸다. 폐가를 개조해 만든 카페. 집의 골격은 그대로 살렸다. 삐그덕 거리는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벽이 나뉘어 있는데 각 공간이 어떻게 쓰였는지 상상이 된다. 그리고 마당도 있다. 한남동이 주는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지만 어색하지 않다.
한남동 내부 깊숙이 온 건 처음이다. 외국 어느 거리를 걷고 있는 듯한 인상. 나의 모험심을 자극하는 동네를 발견했다. 아마 다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