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투어

걸으면 보이는 것들

by meltingbrain
용산역 광장

오늘은 용산구 워킹투어.

화창한 어느 평일 오전 투어 참가자들이 용산역 광장에 모였다. 10명이 안 되는 소규모 그룹은 가이드님과 함께 용산역 주변에 퍼져있는 역사적 장소를 돌아볼 예정이다.















강제징용 노동자 상



용산역을 뒤에 두고 왼쪽을 보면 이 조각상이 보인다. 비쩍 마른 남자, 어깨 위에 앉은 새, 슬픈 표정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일제시대 강제징용으로 끌려간 노동자를 조각한 동상이다. 각지에서 온 노동자들이 집결한 장소가 이 광장이라고 했다. 머나먼 타국에서 하늘을 보면 고향을,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영화를 보고 쇼핑을 하러 종종 용산역에 온다. 이 조각상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 오며 가며 봤으나 어떤 이유로 세워진지는 몰랐다. 이 글을 쓰면 검색을 해 보니 정보가 거의 없다. 몇몇 블로그에서 이정표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투어 참가자들이 조각상 주위에 모여 있자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지만 이내 갈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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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복사탑중창비

용산역 옆에는 유명한 스파건물이 있다. 그 옆을 지나 뒷길로 걸어가자 철도회관이 나온다. 건물 앞 한편에 이런 비석이 있다. 고려의 수도 개성에 연복사란 절에 불탑이 있었는데 화재로 소실되었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불탑을 재건했고 그 건립 내력을 적은 이 비석을 세웠다고 한다. 일본이 우리나라의 문화재를 없애고 훔쳐갔는데 이것은 미쳐 가져가지 못해 버려져 있었다고 했다. 소재불명이었던 비석을 한 시민의 우연한 발견으로 존재가 드러났다고 한다. 이 비석도 완전한 상태가 아니다. 비석의 머릿 부분인 이수와 받침대 부분인 귀부만이 남아있다. 이렇게 버려지고 소재가 불분명한 문화재가 많다고 한다.




IMG_7438.JPG 지나가다 한 컷.
구 용산 철도병원 본관 외벽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는 '구 용산 철도병원' 본관에 도착했다. 용산역과 마주 보고 있으면 길 하나 건너면 다다를 수 있다.


용산은 군사기지였다. 철도 행정의 거점으로 삼아 철도를 건설하고 군수물품 전국 각지로 보내고 철도 관련 시설을 조성했다. 그 당시 신시가지에 지어진 대형병원으로 용산의 상징적인 건축물이라고 한다.


이 철도병원은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을 4등급으로 분류했다고 한다. 1등급은 철도업 종사자이고 그 이하에는 직원 가족, 퇴직자, 부상자 등이 있다.

건물 뒤로 중앙대 병원 건물이 있는데 현재 모든 비어있다. 서울시에서 곧 용산역사박물관을 짓는다고 한다.


벽을 타고 올라간 덩굴나무가 멋있어 한 컷.








파노라마

용산의 토질이 좋아 그것으로 도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아파트를 짓고 있는 저 땅의 그렇다고 한다. 이제는 아파트가...



아모레 퍼시픽 사옥

다음으로 간 곳은 아모레 퍼시픽 사옥이다. 촘촘히 세워진 막대 같은 것은 백자의 곡선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한다. 이 건물 입구는 4개이다. 사방에서 드나들며 소통하려는 의미가 있다. 굳이 정문을 꼽자면 용산 미군기지를 향하는 문이라고 했다. 용산기지는 용산 공원이 될 예정이어서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공원이 펼쳐지는 그림을 그리고 건축했다고 한다.


잠시 로비에서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었는데 잠깐이나마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다.















커피를 좋아하는 나는 이곳에 위치한 커피숍을 가기 위해 온 적이 있었다. 로비의 가운데 부분은 위로 뚫려있어 막힘없이 탁 트인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보통 이렇게 크고 넓은 건물 안에 사람들로 인해 발생되는 시끄러운 울림이 있다. 소음관리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으니까. 이곳은 다르다. 그런 울림을 잡아주어 전혀 시끄럽지 않다.

















하늘에서 물이 떨어지는 것 같은 효과를 노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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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옥에서 용리단길을 가리키는 문으로 나왔다. 골목에 작고 예쁜 카페들이 드문드문 눈에 띈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자 오르막길 초입에 성당으로 가는 사인이 보인다. 고개를 들어보니 아담한 성당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곳에 왜고개 성지가 있는데 새남터에서 순교한 분들의 시신을 이장하기 전 잠시 이곳에 있었다고 했다.



IMG_7462.JPG 내려가다 뒤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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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건설이 붐이 일었던 곳이라 용산에는 일본에서 건축가들이 들어와 사업을 벌였다고 한다. 이 건물도 건축 사무실로 쓰였는데 당시 최신식 건축기법과 디자인으로 세련된 건물이었다고 한다.



IMG_7464.JPG 남산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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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현대식 건물은 원불교당인데 요양원과 한의원도 있다. 용광사라는 절이 있던 곳으로 전쟁에서 죽은 장병들의 유골을 안치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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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7468.JPG 삼각지 화랑거리

도자기나 캔버스에 고향을 그려달라는 미군들의 요청으로 한때 호황기를 누렸다고 한다. 그림을 보며 향수병을 달랬다고. 그렇게 해서 삼각지역 주변에 화랑거리가 형성되었다.



IMG_7469.JPG 돌아가는 삼각지 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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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전쟁공원

삼각지역을 지나 용산 전쟁 기념관까지 왔다. 한국전쟁 당시 형제가 남한국과 북한군으로 적이 되어 만난 사연을 듣고 동상을 만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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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착역인 용산공원 갤러리에 도착했다. 미군기지의 건물인데 갤러리로 쓴다고 한다. 근현대 서울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시간순으로 나열되어 있었다. 직원분이 사진 하나하나 친절히 설명해 주셨다.

IMG_7475.JPG 추억의 AFKN

어렸을 적 가요보다 팝 음악에 열광했다. 그 당시 티브이나 라디오보다 앞서 신곡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주말마다 America Top 40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주파수가 잘 잡히지 않아 애먹은 기억이 난다.



용산공원 갤러리 입구


알수록 볼수록 매력 있는 도시다. 세월이 지났지만 일본의 흔적이 강하게 남아있다. 어쨌든 우리 역사의 일부이고 영향을 미친 건 부정할 수 없다. 이촌동에 일본인이 많이 살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오늘 투어를 하고 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지금 용산에 그렇게 큰 역이 들어서고 계속 이어져 온 이유가 조금 슬프기도 하다. 역사가 무엇이든 지금은 서울에서 가장 핫한 곳이며 앞으로 변수도 많은 곳이다. 투어를 하면서 나름 용산의 미래를 상상해 보기도 했다. 건물만 무작정 지어대지 않고 용산의 개성이 돋보이는 그런 도시계획을 세워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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