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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ting city Jun 16. 2019

박준, 시인과 산문가 사이에서 연서를 쓰는 사람

2017년 8월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얼마 전 생중계 된 북토크에서, 사랑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시인 박준은 이렇게 답했다고 했다. 

“세상에 나 말고 나만큼 귀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배우는 과정.” 


그리고 그는 이 책에 이렇게 썼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조금 힘도 되고 그러겠습니다.” 


나는 한동안 이 서정이 척박한 시대를 살아가면서 울음이나 위로, 고독, 그리움, 슬픔 같은 서정을 둘러싼 단어들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간지러운 것이라고 의심해왔다. 박준 시인의 첫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은 나처럼 서정을 믿지 않는 사람에게 슬픔을 오래 생각하는 일은 겸연쩍은 일이라기보다, 실은 그 일이 마음을 단단하게 다지는 일임을 새삼스레 깨우치는 그런 책이다.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 추억을 고이 간직하는 글쓰기, 혼자 한 여행의 단편들이 따스하게 담겨있다.


박준이 이 책에 쓴 글은 시이기도 하고, 산문이기도 하고, 편지이기도 하다. 시인이 언어를 직조하는 사람이면서 이 세계를 관찰해 말을 건네는 사람이고, 산문가는 보다 깊게 세계를 파고들어 구체적인 물음에 다가가려는 사람이라면, 박준은 시인과 산문가의 사이에서 연서를 쓰는 사람이다. 


그는 “타인에게 별생각 없이 건넨 말이 내가 그들에게 남긴 유언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기 때문에 “같은 말이라도 조금 따뜻하고 예쁘게 하려 노력”하는 작가다. 그리하여 어느 페이지를 넘겨도 잔잔하게 울리는 그런 글이 책에 담겼다. 내가 가끔 액체였으면 하는 날 그대로 흘러가 버리면 좋을 법한 기분일 때, 혹은 알맞은 시절에 좋은 사람에게 고요함을 선물하고 싶을 때 이 책을 추천한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지은이 박준

출간 정보 난다 / 2017-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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