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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ting city Jun 16. 2019

도쿄를 응시하기, 오즈 야스지로처럼

2017년 9월 -『꽁치가 먹고 싶습니다』

내가 상상한 도쿄 생활은 고요한 어딘가에 단정히 앉아 눈높이의 앵글로 오가는 말 사이의 공백, 때로 섞이는 유머와 여유, 정갈하고 쓸쓸한 고독, 도시 산책자의 표정을 구경하는 것이다. 그러니 도쿄의 일상을 상상하는 일은 어쩌면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롱테이크를 응시하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작가주의 감독들이 그를 향해 영화적 헌사를 이어가고 있다는 찬사를 먼저 말하지 않고서도, 그는 나 같은 한 세기 후 일상인의 시선과 시점을 바꾼 거장 영화감독이다.


책 『꽁치가 먹고 싶습니다』는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오즈 야스지로의 책이다. 그는 총 54편의 영화를 남겼지만, 나이가 들수록 말과 글을 아낀 터라 이 책은 그의 구석구석을 살펴볼 수 있는 유일한 자료이기도 하다. 특히 1부에서 3부까지 이어지는 산문을 통해 자유롭고 소담한 ‘개인’으로서의 오즈 야스지로를 탐구할 수 있는데, 담담하고 유머러스하고 소박하면서 때로 불현듯 날카로운 감각이 글에 드러나 있다.


책 1장의 ’모던 보이 산문’에서는 도쿄의 근대적 삶과 당대의 시선을, 2장의 ’왠지 모르게 한 줄’에서는 부사관으로 징집됐을 당시 전쟁의 비애와 오즈의 인간적인 면모를, 3장의 ’센부리 풀처럼 쓰다’에서는 촬영 현장의 뒷이야기와 추억을 두루두루 만날 수 있다. 책의 맨 마지막 장에는 영화 <도쿄 이야기>(1953)의 감독용 각본을 실어 풍성함을 더했다. 거장 감독이 쓰던 원고에 쓰인 메모뿐 아니라 삭제하거나 고쳐 쓴 신, 추가로 쓴 장면 등을 반영한 원고를 원작 영화와 비교해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화 <우리들>의 윤가은 감독은 이 책의 추천글에 다음과 같이 썼다. 


“그도 모두와 같은 실수를 하고, 모두와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보통의 인간이라는 사실에 왠지 모를 위로와 깊은 안도감을 느낀다. 하지만 늘 여유와 유머를 간직하면서도 일관되게 사려 깊고 진지한 그의 시선과 태도에는 새삼 경탄하고 만다. 역시 오즈다.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꽁치가 먹고 싶습니다
지은이 오즈 야스지로

옮긴이 박창학

출간 정보 마음산책 / 2017-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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