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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ting city Jun 16. 2019

울퉁불퉁한 진심, 미완의 용기

2019년 5월

크고 작게 솟아오르는 외로움의 파고를 애써 부인한 채, 한 줄 짜리 직선으로 밋밋하게 펼쳐 포장해내는 일은 생각보다 쉽다. "사랑은 없다"고 부인할 때 쏟아내는 에너지를 돌돌 말아 공처럼 만들면 아마 골프공처럼 작고 딱딱한, 여기저기 움푹 패인 모양새가 될 것이다.


외로움은 착각을 낳는다. 단순한 호의가 커다란 외로움 앞에선 자꾸 가짜 단맛을 내기 때문이다. 아니다. 착각은 무엇보다 싱거워서, 그래서 훌훌 넘어가는 보리차처럼 고소한 맛을 우려내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다정함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사람에겐, 살아있는 피부의 온기가 그리웠던 사람에겐 자꾸 환청이 들린다. 언제나 인간은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애쓰기 때문에 실패하는 것이다. 


언제나 실패라는 자각은 실패 이후에 찾아오기 마련이다. '오늘만큼은 용기를 내야 해, 일생에서 단 한 번도 용기를 낸 적이 없으니, 이번만큼은. 그 사람에게만큼은' 그렇게 미완의 용기가 쏜살같이 달려가 부서진다. 부서진 것을 아는 데에는 무척 짧은 시간이 소요된다. 때로 어떤 시간은 양자 물리학의 영역을 벗어난다.


초조한 마음, 낙담, 가식적인 희망, 부도덕한 망상, 짜증, 화, 신경질적 체념, 남 탓, 자기 연민, 부정, 혐오. 실패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는 비가역적 상상 혹은 체념뿐이다. 오만한 착각이 일으켜 세운 사랑이라는 감정은 구름처럼, 수증기처럼 눅눅해서 좀처럼 사라지려 하지 않는다.


수증기는 흩어지기 마련이다. 안개가 뿜어내는 답답한 물기가 공기 중에 녹아내려 흩어질 때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없던 일로 하자'고 마음 먹으면 그만이지. 섣부른 착각이, 조급한 용기가 실패를 낳는다. 


그걸 깨달았으면 됐다. 됐다고 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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