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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멜트 Feb 14. 2021

첫 숨이 되는 글쓰기

처음 글쓰기를 시작하는 방법

처음 글을 쓸 때의 새하얀 공백은 누구나 두렵다.

대부분 첫 글쓰기는 누군가가 내준 숙제였을 것이다. 일기나 독후감 등 남이 시킨 것으로 글쓰기를 시작하다 보니 더 어려운 것 같기도 하다. 나도 때때로 첫 문장을 쓰는 데는 꽤 많은 시간을 들이곤 한다.


내 기억 속, 남이 시킨 것이 아닌 스스로 쓴 첫 글쓰기는 '버디버디'라는 메신저의 자기소개글이었다. 그리고 수많은 쪽지와 문자메시지들, 미니홈피에 적었던 나의 생각들. 나보다 어린 친구들은 카톡이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통해 첫 글쓰기를 하고 있지 않을까.


사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첫 글쓰기가 있다. 어머니의 일기 속에서 찾은 여섯 살에 쓴 '강아지'라는 짧은 시인데 (노래 가사 인지도 모른다), 별다른 내용은 없고 강아지의 모습을 묘사했다.


우리가 어린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주변의 어린아이들을 보면 이들이 얼마나 자유로운 예술가들인지 느낄 수 있다. 온 벽에 그림을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노래하고 춤을 추고, 자기가 지어낸 이야기를 떠들어댄다. 인류가 상상력이라는 능력을 얻은 이후 우리는 모두 예술가로 태어난다. 갓 태어난 아기는 처음으로 을, 그다음은 노래, 그다음은 로써 자신의 상상을 표현한다. 하지만 학교에 입학하고 우리는 표현하는 것보다 표현하지 말아야 함을 배우게 되고 점점 감추는데 익숙해진다. 그러던 내가 다시금 글쓰기로 표현하는 것을 시작한 것은 18살, 고등학교 문예창작부에 들어간 후였다.


문예창작부는 수필로 등단하신 문학 선생님이 만든 동아리였는데, 매번 새로운 부원이 들어올 때마다 일종의 신고식으로 글을 한편 써와야 했다. 형식과 분량은 자유롭게 쓰되, <나의 가장 아픈 이야기>라는 주제로 써야만 했다. 글을 써오면 모두와 그 글을 읽고 비평을 하는 '합평'이라는 걸 (매주)했다. 글을 쓰고 싶고 배우고 싶은 학생들이 오는 곳이지만 이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포기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러나 고통스럽지만 그 벽을 부수고 토해내듯 글을 써낸 이들의 글은 이전과는 많이 달라져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 과정은 진정으로 자신의 글을 쓰기 위한 세례임과 동시에 일종의 문학치료이기도 했다. 고통을 마주하고 상처를 다시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아픈 이야기''아팠던 이야기'로 변했고 어느새 상처도 조금씩 아물어갔다. 그렇게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써낸 글에는 나의 가치관과 감정이 온전히 담겨있었다.

십 수년 만에야 다시 찾은 나의 글쓰기였다.



[처음 글을 쓴다면]


1.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고민해보라.

2. 나는 어떤사람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보라.

ex) 내가 싫어하는 것, 좋아하는 것, 가장 슬펐던 때, 부끄러웠던 때, 자신이 자랑스러웠던 때.

3. 당시의 상황, 감정을 최대한 상세히 묘사해보라.


그렇게 스스로와 대화하고 온전히 자신을 드러내 보는 것. 그것이 첫 숨이 되는 글쓰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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